최근 증시의 매기가 확산되는 양상이 뚜렷하다.
매기순환에 점점 더 힘이 붙으면서 고대하던 대세상승이 올지, 아니면 갈수록 힘이 빠지면서 매기가 흩어져 입맛만 다시게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10월 중순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촉발된 매기는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와 단말기 업종을 한 달간 돌아다니다 11월 중순 인터넷주로 흘러 넘쳤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선도주의 가격 급등이 일단락된 11월 말부터는 거래소 은행주와 코스닥 홈쇼핑주, 음반주, 엔터테인먼트주가 틈새를 비집고 고개를 쳐들었다.
이렇게 매기가 확산되면서 이달 들어 상승 종목 수가 크게 늘었다. 11월29일과 12월2일 거래소에서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각각 519, 516개나 됐다. 코스닥시장 상승종목 수는 이달 2일 618개, 3일 573개였다.
확산된 매기가 일단 조여지면서 반도체주, 통신주 등 덩치 큰 대장주가 또다시 바통을 이어받아 몇 차례 더 매기순환을 일으킨다면 대세상승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것이다.
반면 그동안 소외됐던 종목들의 주가가 돌아가며 오르면서도 이렇다할 선도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매기가 풀리면서 장은 힘을 잃게 될 공산이 크다.
현대증권 장선희 연구원은 “연말까지는 대세상 뚜렷한 방향이 나타나기보다는 이런 매기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순환매 대응요령〓‘곧 대세상승이 올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장 분위기는 좋다. 가만히 있자니 손해 보는 느낌이 든다. 나도 뭔가 한두 종목은 사야겠는데, 너무 많이 오른 종목은 부담스럽고….’
순환매장세에서 투자자들은 대체로 이런 심리를 갖는다. 그 결과 어중간한 종목에 손이 나가는 경향이 강하다.
남들이 오를 때 가만히 앉아있는 바람에 주가가 상대적으로 싸진 종목(그림에서 유형 Ⅲ과 Ⅳ)보다는 끊임없이 움직여온 종목(유형 Ⅰ과 Ⅱ)이 더 인기가 있다.
그렇다고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직전 고점을 돌파한 대장주들(유형 Ⅰ)은 개인투자자들이 손대기에는 좀 부담스럽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은 “유형 Ⅰ 종목으로는 대세상승 시그널을 읽고, 투자는 10월 중순 이후 주가가 많이 올랐으나 아직 직전 고점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유형 Ⅱ 종목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무난하다”고 권했다. 대부분 옐로칩으로 분류되는 유형 Ⅱ 종목은 올해와 내년 실적을 감안했을 때도 주가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