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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박진근/"경상수지 방어위해 성장억제를"

입력 | 2002-12-01 19:41:00


수출 증가율이 모처럼 두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10월 중 수출 증가율 26%는 2000년 9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수출액은 사상 최대치인 1800억달러에 이르고, 산업자원부의 예상대로라면 내년에는 2000억달러를 돌파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수출이 이렇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추이는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86억달러였던 경상수지 흑자는 9월 말 현재 41억달러로 줄었고, 내년에는 적자로 전환될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사태를 경험한 우리에게 경상수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상수지 악화가 새로운 외환위기를 낳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일단 위험수위에 이르면 ‘국제수지 방어’를 위한 응급조치로서 성장률 억제가 불가피하다.

우리 경제의 경우 성장과 물가간의 괴리보다 더욱 심각한 것이 성장과 경상수지간의 괴리다. 상품 수입총액의 85% 내외가 원료 부품 기계류여서 기업 부문의 투자와 생산활동 증대는 그대로 상품수입 증가로 이어지고, 각종 서비스에 대한 수입 수요는 소득증대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6억달러였던 경상수지 흑자가 올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도 6%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높은’ 성장률이 초래한 것이다.

그간의 경험이 말해주는 교훈은 수출주도형 성장이 아닌 내수주도형 성장은 그 성장세가 2년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이다. 1990년대 들어 2차에 걸친 내수의존형 고율성장(90∼91년의 연평균 9.1% 및 94∼95년의 연평균 8.6%)은 그 후 2∼3년의 저율성장을 불가피하게 했다. 성장과 경상수지간의 심각한 괴리현상을 낳는 구조적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 한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제약하는 핵심 요인은 경상수지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내년 경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바는 경상수지의 적자 전환과 그 이후의 상황이다. 경제 사회의 모든 부문이 거의 완전개방 및 자율화되어 있고, 400조원에 육박하는 부동자금이 돌아다니는 현실에서 위기관리의 어려움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클 것이다. 경상수지 방어를 위해서는 성장률을 적어도 3∼4% 수준으로 내리는 과감한 성장억제 정책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기업의 투자마인드 냉각과 그에 따른 경제의 추락 또한 막아야 한다. 이것이 내년도에 요구되는 정책의 정도(正道)인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정권의 출범과 함께 이처럼 인기 없고 딜레마를 안은 정책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한 보고서는 경상수지가 내년에 적자로 전환되면 3∼10년 지속될 것이고 적자 규모는 연평균 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정책이 정도를 이탈할 경우 어떤 결과가 있을지를 강력하게 경고하는 셈이다. 이제는 응급조치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문제해결을 위한 근원적 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모처럼의 수출증가율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도록 하고, 서비스 부문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며, 세계무역기구(WTO)체제 하에서 유일한 합법적 지원수단인 수출보험제도를 상품뿐 아니라 서비스 부문에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수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박진근 연세대 경제대학원 원장·국제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