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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영어특구’…일부학원 ‘외국인학교’ 흉내

입력 | 2002-11-27 18:12:00


‘또래 외국아이들과 영어공부를….’

강사는 물론 일부 학생들까지 외국인인 신형 유아 영어학원이 등장하면서 학부모들이 앞다퉈 등록신청에 나서고 있다. 이 학원은 내년도 원생모집에 나서자마자 신청자가 쇄도해 대기번호표를 나눠줄 만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학원들이 지나치게 ‘외국인학교’ 흉내내기에 치우칠 경우 유아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와 한글에 대한 열등감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국인학교’형 영어유치원〓서울 서초구 반포동 J영어유치원은 2003년 2월부터 시작되는 유아 영어교육을 ‘외국인학교’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강사와 교재뿐만 아니라 ‘외국인 친구’를 학생으로 받아 사실상 해외어학연수 분위기를 내겠다는 의도. 조기 영어반은 만 3세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가 대상. 학생 1인당 경비는 6개월 한 학기에 약 500만원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원은 외국인 학생 ‘영입’을 위해 최근 주한 프랑스학교와 협의해 프랑스 학생 40여명을 내년 2월부터 조기 영어교육반에 등록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어수업이 제2외국어 공부가 되는 셈인 프랑스학교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강의료는 내국인의 30%선에서 책정될 예정.

이 학원은 이미 올해 9월부터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권 학생 20여명의 등록을 받아 영어교육을 하고 있다.

이 학원은 강사 전원이 외국인인 데다 ‘연극반’ ‘음악반’ 등의 동아리활동까지 외국인학교를 본떴다.

학부모 정모씨(37·여)는 “외국인과 섞여 교육받으면 영어공부뿐만 아니라 외국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치원 외국어 교육 붐〓유치반을 둔 영어학원인 ‘영어유치원’은 90년대 후반부터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는 곳이 급속히 늘었고 최근에는 1권에 5만∼6만원에 이르는 미국교과서를 수입해 교육하는 곳도 잇달아 생겨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외국인학교형 유치원’이 등장함으로써 유치원계의 ‘외국 바람’은 더욱 거셀 전망. 유치원 관계자들은 내년 초 외국인학교 밀집지역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및 동부이촌동, 경기 성남시 분당 등지에 J학원과 유사한 형태의 유치원이 더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일본의 경우 사립명문인 게이오 유치원은 영어를 가르치기는 하지만 이보다는 일본어를 익히는 습자(習字)에 가장 많은 시간을 배정하고 있다. 27일 게이오 유치원 관계자는 “영국 학생들과 방학 중 문화교류를 하고 있지만 이보다는 일본문화를 제대로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점〓서울시내 유치원 수는 98년 1251개이던 것이 올해 1033개로 줄어드는 등 해마다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영어유치원 수는 올해 112개로 늘어나 전체 유치원 수의 10%를 넘고 있다. 그러나 ‘어학원’으로 분류되는 탓에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검증이나 장학지도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앙대 유아교육과 이원영(李元寧) 교수는 “국제감각을 키우는 데는 나름대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나치게 ‘외국인’과 ‘외국어’만을 우대하는 분위기 속에서 교육받으면 아이들이 무의식적으로 국어와 전통문화에 대한 열등감이나 경시감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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