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롯데호텔 성희롱 사건’ 재판에서 내린 결론은 여러 대목에서 직장 여성들의 인권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회사의 정례적인 성희롱 예방교육이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면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또 ‘간접 성희롱’ 책임을 인정한 대목은 ‘직장내 약자’인 여성에 대한 회사의 적극적인 보호의무를 거듭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회식자리에서 한 임원이 여직원을 끌어안은 행위가 옆자리에 있던 다른 여성에게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킨데 대해 임원과 회사 모두 10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며 ‘간접 성희롱’을 인정한 것에 대해서는 여성계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재판부는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회사의 책임 범위를 남녀차별금지 및 규제에 관한 법률을 인용, ‘직장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굴욕감을 유발하는 행위’로 인정했다.
거래처 접대자리에 불려가 술시중을 들고 반강제적으로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며 소송에 참여한 김모씨의 경우도 ‘직장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된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은 같은 맥락에서다.
특히 사용자의 종업원 보호의무 범위를 근무시간은 물론 망년회 등 공식 행사까지로 확대하고, 부서의 책임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았다면 회사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사법부의 성희롱 근절 의지를 읽을 수 있게 하는 대목.
회사 주최 야유회와 부서 망년회에서 성교를 연상시키는 퇴폐적인 동작 등을 통해 성적 굴욕감을 유발했다는 청구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원고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비공식적 회식 등 직무상 관련이 없는 곳에서 발생한 성 희롱에 대해서는 회사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상급자인 김모 과장이 평소 매장을 돌며 여직원들의 몸매를 훑어보고 성적 농담을 자주해 성적 굴욕감을 유발시켰다며 회사를 상대로 낸 청구에 대해서 김씨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은 별개의 문제로 하되 사측 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것.
아울러 재판부는 남자 직원이 성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언행을 했더라도 무의식중에 한 것이거나 성적인 의도가 없었던 것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성적 농담만 갖고 성희롱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성적 언행의 위법성은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지,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는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성희롱 인정 여부 성희롱 인정불인정(성적 의도 없음)행 위노래방에서 여직원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려 한 것복도에서 뒷 덜미를 잡으며 “퇴근하나”라고 물은 것.사무실에서 여직원을 옆에 앉히고 무릎을 만진 것회식을 마친 뒤 귀가 중 택시 안에서 여직원에게 강제로 키스 매장내 여직원들의 몸매를 훑어 봄 접대자리에 여직원을 데리고 나가 술 따르게 하고 춤 추게 함남자 직원이 자신의 바지위로 성기를 자주 만진 것(무의식 행위)손목을 잡고 안아보자며 실랑이사우나 휴게실에서 에로비디오를 계속 상영한 것(영업상 필요) 근무 끝나고 술이나 한 잔 하자며 일방적으로 기다린 것. 임신중인 여직원의 가슴을 만지고 스커트를 들춤 회식중 옆 자리에서 다른 여직원을 끌어안고 쓰다듬는 것(간접적 성희롱 인정) 언 행갑자기 뒤에서 껴안고 미팅석상에서 음란한 말을 한 것.임신부를 상대로 “배가 보통이 아니네”라고 말한 것.회식 자리에서 옆자리의 여직원 다리를 만지고 “함께 자고 싶다”고 말한 것.“날씨도 좋은데 드라이브 가자”고 말한 것성행위가 연상되는 퇴폐적인 내용의 야유회, 망년회삼행시를 이용한 성적인 농담.(평소 농담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 성적 의도 없음)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