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통령후보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12일 후보단일화 협상 타결을 위한 후보간의 회담에 합의함에 따라 교착상태에 빠졌던 단일화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되고 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일단 단일화 협상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정 후보는 이날 “노 후보와는 13대 국회 때부터 같이 일해왔으나 둘이 만나 얘기해본 적이 없는 만큼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 격의 없고 제한 없이 얘기해 보겠다”며 단일화에 대한 의지와 신뢰를 토대로 담판을 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후보측도 사전준비 접촉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회동제안을 즉각 수용하고 나섰다.
두 사람이 회동에 합의한 배경에는 교착상태에 빠진 단일화협상의 돌파구를 마련, 단일화를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하고 있다. 후보등록시한이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온 만큼 가부간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간의 단일화 협상이 ‘국민상대 여론조사냐, 대의원 여론조사냐’의 근본적 견해차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후보자간 담판으로 타협의 실마리가 풀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가 적지 않다.
양측은 지금까지 노 후보가 정 후보측이 주장해온 여론조사 방식을 통한 단일화를 전격수용하자 정 후보측이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역제의했고, 이에 정 후보가 후보자간의 담판을 제의하자 이번에는 노 후보측이 ‘담판에 앞선 준비접촉’을 역제의했다. 마치 바둑에서 끝없는 ‘패싸움’을 벌이는 듯한 양상이었다.
특히 가장 큰 걸림돌인 ‘일반국민 상대 여론조사냐, 대의원 상대 조사냐’의 문제는 절충가능성이 희박하다. 대의원들이 친노(親盧)-반노(反盧)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민주당측에서는 “차라리 후보자리를 그냥 달라고 하라”는 냉소적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대의원 상대 여론조사가 여론의 역풍을 맞자 국면전환용으로 후보 회동을 들고 나온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없지 않다.
결국 이 문제에 관한 양측의 근본적인 입장변화가 없이는 후보자간 담판이든, 준비접촉이든 ‘백약(百藥)이 무효’인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단일화 의지에 대한 양측의 불신도 문제다. 정 후보측은 시종일관 수세적 관점에서 단일화 문제를 보고있는 듯하다. 아직은 지지도에서 노 후보보다 다소 앞서고 있지만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지지도 추이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 후보가 정 후보측이 주장해 온 ‘여론조사 수용’이라는 결단을 내리자 노 후보가 받기 어려운 ‘대의원 상대 여론조사’란 카드를 들고 나온 것도 정 후보의 단일화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후보등록 전 단일화가 실패한다면 등록 이후 물밑접촉을 통해 지지도에 따라 한쪽이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단일화 성사가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