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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여론조사 단일화' 수용]"목표는 反昌" 비장의 카드 꺼내

입력 | 2002-11-11 01:12:00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측근들에게 ‘TV토론 후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 방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10일 밤 전남 순천의 한 호텔 숙소에서였다. 노 후보는 MBC 9시 뉴스가 방송한 대선관련 여론조사 결과 자신의 지지율이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에게 3.2% 뒤진 19.5%로 나타나자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은 뒤 자신이 생각해온 ‘결단’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MBC조사에서 나타난 19.5%의 지지율은 이날 공개된 다른 언론사 여론조사결과보다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9일 단일화의 대원칙에 합의해 진전을 보이는 듯 했던 양측간의 단일화 협상이 이날 민주당 이호웅(李浩雄) 의원의 발언내용을 문제삼은 정 후보측의 거부로 공식테이블에조차 앉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되자 노 후보가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노 후보는 측근들에게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집권을 저지하는 것이 역사를 전진시키는 일”이라며 “비록 (정 후보와) 정책과 노선에서 차이가 있지만 후보단일화를 반드시 이뤄야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후보의 ‘국민경선 포기, 여론조사 수용’ 방침은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기도 했다. 노 후보의 한 측근은 “며칠 전 노 후보가 ‘TV토론만 보장하고 상식적 수준에서 단일화 방안을 마련한다면 단일화 방식의 결정을 정 후보에게 맡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고 전했다.

노 후보가 여론조사방식에 의한 후보단일화 방안을 전격 수용함으로써 향후 단일화 협상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 후보로서도 자신이 주장해온 여론조사방식을 노 후보가 수용한 만큼 더 이상 ‘딴 얘기’를 할 여지가 없어졌다. 게다가 비록 오차범위내이긴 하지만 정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에게 2위 자리를 내 준 적이 없다.

노 후보의 승부수는 단일화에 대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정 후보의 퇴로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 나름대로의 계산도 작용한 것 같다. 노 후보가 언급한 8개 권역별 TV토론이 벌어지면 정 후보보다 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협상이 순항할 것으로 낙관할 순 없다. 우선 노 후보측 내부에서조차 “국민경선으로 뽑힌 후보가 국민들의 공식 의사도 묻지 않고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할 순 없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측근은 “협상과정에서의 히든 카드가 너무 빨리 노출됐다”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해찬(李海瓚) 의원은 “이는 다른 방법이 다 무산됐을 때 가능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측의 태도도 변수다. 정 후보가 만일 노 후보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후보단일화에 대한 결심을 굳히지 못한다면 단일화 자체는 물건너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 후보로서는 명분있는 퇴로를 모색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통합21의 박범진(朴範珍) 기획위원장은 “새로운 상황에 대해 내부적으로 다시 논의를 해 봐야 할 것 같다”며 민주당측의 입장변화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정 후보가 여론조사방식에 의한 단일화 방안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두 사람이 오차범위 이내에서 각축을 벌일 경우 누구로 단일화할지에 대해서는 또다시 논란이 빚어질 게 분명하다.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순천=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