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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말한다]´한국의 학교괴담´ 펴낸 김종대씨

입력 | 2002-11-08 17:41:00


“한국의 학교 괴담은 일본의 괴담을 차용해 한국적인 것으로 변형한 것입니다. 사실 ‘학교 괴담’이라는 것 자체가 한국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어느 학교에나 으스스한 소문이 있기 마련이다. 98년 영화 ‘여고 괴담’이 크게 흥행했던 이유도, ‘학교에 얽힌 괴담’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다는 느낌이 공감대를 형성한 때문이 아니었을까.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장(44)이 지은 ‘한국의 학교 괴담(다른세상)’은 학교에서 떠도는 소문과 괴담을 민속학적으로 탐구한 책이다. 이 책은 현재 한국의 학교 괴담을 초 중 고 대학별로 정리하고 학교 괴담의 의미와 성격을 분석했다.

김과장은 ‘한국 도깨비담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도깨비 전문가’이기도 하다. 유독 ‘신비한 속설’과 관계가 깊은 그는 “한국의 학교 괴담과 일본의 학교 괴담에는 유사한 점이 많다”며 “일제 강점기에 일본식 학교 괴담이 한국에 뿌리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의 학교에는 ‘7가지 불가사의’라는 소문이 떠돕니다. 한국의 경우 이 소문이 ‘학교의 100가지 비밀’로 변형돼 나타납니다. 학교의 100가지 비밀을 모두 알면 죽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100이라는 숫자는 우리 민족과 아주 친근한 숫자입니다. 곰과 호랑이가 100일 동안 햇볕을 보지 않았다는 단군 신화나, 100명 아이의 간을 먹으면 사람이 된다는 여우의 전설에서 나타나죠. 즉 일본의 괴담이 한국의 전래 이야기와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 학교 괴담입니다.”

김종대

이 책에 나오는 괴담들은 2000년 그가 대학에서 강의하며 학생들에게 과제물로 제시해 수집한 것. 지난해 3개월 동안 일본역사박물관에 머물던 중 그는 일본에서 민속학자 쓰네미쓰 도루(常光 徹) 박사가 엮은 학교 괴담 책을 접했고, 일본과 한국의 학교 괴담이 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때 한국의 학교 괴담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도루 박사의 ‘소문과 속신(俗信)’을 발췌한 ‘일본의 도시 괴담’도 이번에 함께 출간됐다.

김과장은 “민속학은 과거학인 동시에 현재학이다. 시골에서 전승되는 과거의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학교나 아파트 등 도시에서 전승되는 괴담이나 이야기도 연구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