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30일 국가 핵심기관의 기강 해이에 대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책임문제를 거론한 것은 ‘DJ 차별화’ 전략에 본격 시동을 걸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노 후보는 이날 ‘청와대의 통제력 상실’이란 격한 표현을 사용하고, 국가정보원의 도청 논란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청와대를 겨눴다.
그러나 노 후보의 의지와 달리 ‘DJ 차별화’라는 분명한 메시지가 전달되지 못했다는 게 당내의 일반적 평가였다.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이나 병풍(兵風)사건 등에 대한 수사를 함께 요구하면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국민통합21’의 정몽준(鄭夢準) 의원을 동시에 겨냥했기 때문이다.
노 후보 진영 내부에서는 요즘 ‘DJ 차별화’를 강력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신기남(辛基南) 정치개혁추진본부장, 천정배(千正培) 정무특보 등은 “친(親)이회창 표보다 반(反) DJ 표가 훨씬 비중이 크다”며 노 후보의 결단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전날 밤 선대위 본부장급 인사들의 심야회의에서는 “극단적인 DJ 차별화 전략은 역풍이 크다”는 반론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편 노 후보측은 ‘이인제(李仁濟) 의원 끌어안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9일 노 후보가 청주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이 의원과 같이 하고 싶다. 노력 중이다”고 말한 데 이어 30일에는 정대철(鄭大哲) 선대위원장이 이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아가 40분간 단독으로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나는 늘 백의종군이라고 했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