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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전망대]권순활/‘대선 줄서기’ 이젠 그만

입력 | 2002-10-20 18:54:00


대통령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는 ‘대권(大權)’을 향한 이합집산(離合集散)이 한창이다. 누가 다음 정권을 잡더라도 짧은 영광과 긴 고통의 시간이 기다릴 가능성이 높지만 지금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국정(國政)은 표류상태다. 현 정권은 이미 효율성과 정당성을 모두 상실한 듯하다. 임기말 레임덕에다 스스로 책임져야 할 권력형 부정부패와 의혹사건의 와중에 무대에서 내려갈 시간만 기다리고 있다.

걱정되는 것은 경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국내외 경제연구기관은 내년 한국경제가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잇달아 내놓았다. 소비심리는 가라앉고 있으며 투자는 살아나지 않는다. 아직은 호조인 수출도 미국 등 해외경제전망이 밝지 않아 낙관하기는 힘들다.

여기에다 △사회적 위화감마저 낳고 있는 일부 지역의 부동산값을 안정시키면서도 전체 경기에 미칠 충격을 줄여야 하는 쉽지 않은 선택 △가계대출 급증의 후유증 △내년부터 본격화할 공적자금 원리금 상환에 따른 재정압박 등 경제를 위협하는 불안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번 혹독하게 덴 만큼 외환위기 재발의 가능성은 낮지만 성장잠재력의 후퇴징후는 곳곳에서 보인다. 기업들은 이미 긴축경영에 들어갔다. 현금확보를 늘리면서 불요불급한 투자나 신규채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경제관료들의 관심은 대선(大選)에 쏠리고 있다. 물론 이들을 탓할 일만도 아니다. 과거에도 그런 경향이 있었지만 특히 현 정부 5년 동안 공직사회에서 업무능력이나 열정과 무관하게 ‘줄’과 연고(緣故)에 따라 명암이 극명하게 갈린 사례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전·현직 경제관료들은 이런 말을 한다. “이번 대선에서는 공무원들이 상부의 지시가 아니라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선거운동에 음성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유혹은 ‘새로운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이나 이로부터 소외된 세력 모두 자유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어떨까. 가뜩이나 불확실성이 높을 때 선거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공무원이 늘어난다면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 정치 지향적이거나 특정 정권과의 정서적 일체감이 너무 강한 관료가 출세할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도 신물나도록 경험하지 않았던가.

지금 우리에겐 정권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고민하는 경제관료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선 전윤철(田允喆)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부터 정치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대선후보들도 자신이 당선되면 정치권 풍향에 휘둘리지 않고 본연의 업무에 매달린 사람을 중용하겠다는 다짐을 거듭하길 바란다. 공직사회의 ‘줄서기와 패거리 인사’가 낳는 부담은 항상 부메랑이 돼 집권세력에 돌아간다.

권순활 경제부 차장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