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韓美) 양국이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 개발 사실을 발표한 17일 정부 관계자들은 “제임스 켈리 미국 대통령 특사의 방북(3∼5일) 직전에 이러한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불과 하루만인 18일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 이준(李俊) 국방부장관, 그리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마치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8월부터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최 장관이 이날 ‘알고도 공개하지 못한 이유’로 든 것은 두 가지.
8월12일부터 제7차 남북장관급회담이 재개될 예정이었고 미국과 공유하고 있는 정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정부는 북한이 9개월 만에 장관급회담 재개를 제의해오자 총력을 기울여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매달렸다. 실제 북한의 기습도발로 촉발된 6·29 서해교전 이후 냉랭했던 남북관계는 장관급회담 재개를 신호탄으로 △남북 철도·도로 연결 합의(12∼14일) △8·15 민족통일행사 서울 개최(14∼17일)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남북 동시착공 합의(27∼30일) 등으로 가속도가 붙었다.
각급 레벨의 남북회담이 이어지는 동안 정부는 장관급회담과 군사실무회담 등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만한 기회가 없지 않았지만 단 한번도 이 문제를 제기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최 장관은 이에 대해 핵 문제는 미국과 공조해야 할 사안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한나라당과 보수세력들은 당장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공격하고 있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켈리 특사가 평양을 다녀온 뒤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15일)에서도 북한의 핵개발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NSC 회의 멤버는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장관과 국가정보원장, 그리고 임동원(林東源)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
이 국방장관은 18일 국회에서 “15일 NSC에서 북핵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으며 그 이전에도 거론된 적이 없다”고 했으나, 임 특보는 “켈리 특사 방북을 전후해 세 차례 가량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