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는 11일 오전 10시 서울 성북구 안암동 본교 캠퍼스 중앙광장에서 개교 100주년 기념관 기공식을 갖는다. 이번 기념관 기공은 지난해 대운동장에 지하주차장과 복합기능을 갖춘 첨단 중앙광장을 지어 ‘차 없는 캠퍼스’로 탈바꿈한 데 이은 또 하나의 역사(役事)로 고려대의 발빠른 변화를 나타내는 증표이기도 하다. 올 6월 취임한 한승주(韓昇洲·61·사진) 총장서리를 만나 학교발전 방안과 대학운영 등에 대한 구상을 들어 보았다.
-개교 100주년 기념관 기공식을 갖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1905년 ‘교육구국(敎育救國)’의 기치 아래 출발한 보성전문학교는 순수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국내 최초의 민립 대학이었다. 건학 정신에 걸맞게 일제 항일운동의 본산지였고 광복 이후에는 근대화와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 개교 100주년이 되는 2005년 완공될 기념관은 민족사학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세계 일류 대학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기념관은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기념관은 재단에서 400억원을 들여 짓는다. 이미 삼성건설과 계약을 했다. 기념관은 지하 2층, 지상 4층의 연건평 7000평 규모로 박물관과 디지털도서관으로 쓰인다. 항온 항습 수장고 등 첨단 전시시설을 갖춘 박물관은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전시 명소가 될 것이다. 또 4000평의 디지털도서관은 학생들이 각종 자료를 신속하게 검색할 수 있어 도서관의 개념을 바꿔 놓을 것이다.”
-대학의 장기발전에 대한 비전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3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건물 신축은 물론 100년사 편찬, 국제학술대회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하드웨어를 바꾸는 것과 함께 우수 교수 초빙과 연구비 지원 등 소프트웨어 확충도 병행하고 있다. 2005년까지 아시아 5위권, 세계 100위권 대학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고려대 졸업생들에 대한 사회적 평판도가 국내 대학 중 가장 좋다는 평가가 한 언론기관에서 나왔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전인적인 교풍과 학풍이 많은 영향을 준다고 본다. 4·18마라톤과 정기 고연전 등을 통해 연대감과 자부심을 키우고 지적 소양에 감성과 책임감을 함양하는 교풍 때문인 것 같다. 도쿄 지하철역에서 일본인을 구하고 숨진 이수현(李秀賢)씨나 소매치기를 잡으려다 숨진 장세환(張世桓)씨 같은 의인들이 고려대 출신인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다.”
한 총장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버클리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78년부터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문민정부 시절에는 외무부장관을 지냈다. 따라서 국제 사회에 대한 이해가 깊어 대학의 세계화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제는 외국 대학과 경쟁하는 시대여서 대학도 국제화가 시급하다. 이달 말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에 200명 수용 능력의 기숙사를 지어 매년 100명의 학생들을 파견한다. 학점도 국내에서 그대로 인정하는 등 세계 유수 대학과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있다. 또 외국인 교수를 대폭 초빙하기 위해 기금도 신설했다. 외무부장관을 지낸 덕분에 외국에 지인이 많아 큰 도움이 된다.”
-대학생들과는 자주 대화하는가.
“바쁘지만 가끔 총학생회 간부 등을 만나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과거에는 총학이 투쟁적, 정치적인 성격이 강했다. 요즘은 학생복지나 교육환경, 취업 등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을 요구한다. 긍정적 변화라고 본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머리에 노란 물을 들이고 헐렁한 바지를 입고 다니는 모습이 처음에는 눈에 거슬렸다. 그러나 자주 보니까 이것도 자유분방한 젊은이 문화의 하나임을 이해하게 됐다. 요즘 학생들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생각도 깊은 것 같다. 우리 세대와 달리 공부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목표를 뚜렷하게 세우고 정진하면 보람 있는 삶이 될 것이다.”
-한국 대학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대학 구성원들이 기득권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하다. 학교를 위해서 필요한 일인데도 소리(小利)에 얽매여 양보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학이 변화에 둔감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갑자기 180도 방향을 틀기는 어렵겠지만 방향 전환이 요구될 때는 대승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 총장은 “최근 정기 고연전에서 고려대가 압승한 뒤 교우들은 물론 학교 전체가 매우 고무돼 있다”며 “앞으로 법인, 교우회, 학교가 혼연일체가 돼 최고의 대학으로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