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탐지기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스파이 활동 등을 가려내기 위해 사용하기에는 정확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미국 국립조사위원회(NRC)가 8일 밝혔다.
미 국립과학아카데미 산하기관인 NRC는 에너지부 의뢰로 실시한 조사 보고서에서 "거의 100년 동안 이루어진 심리학 및 생리학 연구 결과 거짓말 탐지기가 고도의 정확성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는 별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NRC의 스티븐 핀버그 위원장은 "이처럼 부정확한 기구에 맡겨놓기에는 국가 안보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고 "거짓말 탐지기에 대한 과신은 다른 안보 수단을 등한시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에너지부의 민감한 직책을 맡은 직원들은 거짓말탐지기 테스트를 받도록 돼 있으나 보고서는 이 기계를 사용해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스파이 활동여부 등을 가려내려 할 경우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거짓말 탐지기는 거짓말을 할 경우 등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심장박동과 혈압 등의 변화를 측정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같은 신체반응을 스스로 통제해 탐지기를 속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거짓말탐지기가 특정 범죄와 관련해 개인을 상대로 사용될 때는 질문 자체가 초점이 분명하고 대답의 진위를 판단하기도 쉬워 거짓말을 가려낼 확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많은 직원들을 상대로 한 테스트는 조사자가 가상의 상황을 전제로 일반적인 질문을 던지게 돼 실제 위험요소는 포착하지 못한 채 많은 오판을 내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보고서의 결론에 대해 에너지부는 면밀히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부 국가핵안보국의 린튼 브룩스 부국장은 "거짓말 탐지기는 국가의 가장 민감한 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수단중 하나일 뿐 단독으로 사용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로버트 핸슨 간첩사건 이후 거짓말 탐지기 사용을 늘려왔으며 탄저균 소동 이후 탄저균 보관시설이 들어있는 메릴랜드주 포트 디트릭과 유타주 더그웨이 프루빙 그라운드 기지에서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해 왔다. 9·11 테러 이후에는 원자력 발전소 직원들도 과거에 비해 더 많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