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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국감 대북뒷거래 공방]엄낙용 前산업은행총재 증언

입력 | 2002-10-04 18:33:00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왼쪽)이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 서영수기자


4일 산업은행에 대한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엄낙용(嚴洛鎔) 전 산은총재는 산은의 4900억원 현대상선 대출과정에서의 외압설을 털어놨다. 민주당 의원들은 엄 전 총재가 최근 국회 정무위에서 ‘대북 비밀 지원설’의 정황을 증언한 때문인지 거칠게 몰아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효석(金孝錫·민주당) 의원〓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과 만난 적 있나.

▽엄낙용〓정치인 모임에서 만난 적이 있지만,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다. 지난 6월 서해교전 후 우리 함정을 공격한 적 함정이 새로운 무기와 화력으로 보강됐다는 보도를 봤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남측에서 지원한 자금으로 우리 장병들이 공격당하는 사례가 있었다면…’하는 우려에서 고민이 매우 컸다.

▽김효석〓북한에 돈이 넘어갔다는 것을 들은 적은 없지 않나.

▽엄〓그렇다.

▽김효석〓증인의 말 때문에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북한에 돈이 흘러간 것이다’고 일파만파다.

▽엄〓나는 사실만 말했다.

▽이한구(李漢久·한나라당) 의원〓이번 사건은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준다. 최근 정무위 발언 내용은 사실인가.

▽엄〓사실이다.

▽이한구〓청와대에서 이기호(李起浩) 경제수석과 진념(陳稔) 부총리, 이근영(李瑾榮) 금감위원장이 회의한 걸로 돼 있다. 그 이후 현대상선 김충식(金忠植) 사장이 무슨 얘기를 했나.

▽엄〓김 사장은 ‘우리는 그 돈을 만져본 적 없다. 정부가 갚아야 한다’고 했다. 국정원 김보현(金保鉉) 3차장과 이기호 수석을 만나 ‘산은으로서는 도무지 아는 바가 없다’고 했더니, 그들은 ‘알았다. 걱정마라’고 하더라. 그 후 김 사장은 더 이상 문제제기 하지 않고 상환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송영길(宋永吉·민주당) 의원〓서해교전 때 북한 함정의 무기는 탱크의 야포를 올려놓은 것으로 밝혀졌는데, 증인이 첨단무기 운운하며 대북 지원금이 그런 데 쓰였을 것이라고 추측성 답변을 하면 되느냐.

▽엄〓우리가 지원하는 어떤 것도 북한 군비를 지원하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송영길〓어느 한 쪽편을 드는 자세는 안 된다. 청와대 회의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나.

▽엄〓사실대로 얘기할까.

▽송영길〓됐다.

▽김근태(金槿泰·민주당) 의원〓3년 임기의 산은 총재직에서 왜 8개월 만에 물러났나.

▽엄〓임명권자(대통령)가 아니다 싶을 때는 사표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나는 사표를 요구받았을 때 이유를 묻지 않았다.

▽김근태〓이 문제를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되고 있는 것 아느냐.

▽엄〓보는 견해에 따라 해석할 문제다.

▽김근태〓정치적 편향을 갖고 발언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견해가 있다.

▽엄〓나는 정치에 일절 관심 없다.

▽정동영(鄭東泳·민주당) 의원〓현대상선 대출에 대해 기억나는 것 없나.

▽엄〓산은총재 취임 직후 인사차 그의 사무실로 찾아가 ‘4000억원 대출이 걱정된다.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더니 그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어쩔 수 없었다. 상부의 강력한 지시가 있어서 그렇게 처리했다’고 하더라.

▽임태희(任太熙·한나라당) 의원〓‘상부’가 누구냐.

▽엄〓청와대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이 전화했다고 얘기하더라.

▽임종석(任鍾晳·민주당) 의원〓현대에 지원한 돈이 북한으로 갔다는 증거가 있나.

▽엄〓그렇게 예단하지 않았다.

▽임종석〓무책임하지 않나.

▽엄〓사실이 중요하다. 4000억원뿐만 아니라 현대를 통해 많은 돈이 북한으로 간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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