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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관련 기소 회계사 재판 중단

입력 | 2002-09-26 18:18:00


분식회계를 눈감아준 회계사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1부(박용규·朴龍奎 부장판사)는 26일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으로 기소된 회계사 오모씨(55) 등 2명과 산동회계법인이 낸 신청을 받아들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20조 1항2호 등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오씨 등 회계사들에 대한 재판은 헌재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중단된다.

재판부는 “문제의 법률 조항은 ‘감사인 등이 감사보고서에 기재해야 할 사항을 적지 않거나 허위 기재를 한 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감사보고서가 무엇인지, 감사보고서에 기재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에 관해 아무런 정의나 해설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조항은 내용과 적용범위가 불명확해 어떤 행위가 금지 혹은 허용되는지 예측할 수 없고, 국가형벌권의 차별적이거나 자의적인 법 해석을 예방할 수 없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감사보고서에 기재해야 할 사항’이 금융감독위원회의 회계감사기준 규정에 근거하도록 해석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금감위에 위임입법한 형식의 법령 보충규칙일 뿐 정식 법률이 아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 관계자는 “애매한 형사처벌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으로, 민사상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는 별개의 사안이어서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계감사와 관련돼 최근 3년간 재정경제부, 증권선물위원회 등에서 각종 징계를 받은 공인회계사는 350명이며 검찰 기소로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회계사는 20여명이다.

회계사 오씨 등은 대우중공업 등의 97∼98회계연도 감사 과정에서 회사가 자산을 부풀리고 부채를 줄이는 등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한 사실을 알고도 감사보고서에 ‘적정의견’을 기재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