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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대통령, 불행한 종말”…워싱턴포스트 서울發 보도

입력 | 2002-09-15 19:02:00


“정직함으로 알려졌던 한국 대통령이 이젠 조롱받고 무시당하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12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불행한 종말(For Kim, an Unhappy Ending)’이라는 서울발 기사를 통해 김 대통령의 처지를 이렇게 묘사했다.

이 신문은 이 날짜 12면의 3분의 2 이상을 할애한 기사에서 “한국에서 김 대통령에 대한 애정은 거의 없다”며 “김 대통령은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은퇴하는 대신 국민으로부터 조롱과 무시를 받으며 정치생명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김 대통령은 7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강하고 영향력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측근들이 애를 써야 할 명목상의 지도자(figurehead)로 그 위상이 약화됐다”며 “그의 정치적 자산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고 평했다.

포스트는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도 후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으며 국민은 이를 순진한 정책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통령이 경제위기 극복, 남북관계 개선, 노벨평화상 수상,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 등의 업적을 남겼음에도 그에 대한 한국민의 평가가 낮은 것은 아들 2명의 구속 등 잇단 정치 스캔들과 독단적인 통치 스타일 때문이라고 포스트는 분석했다.

이 신문은 고려대 함성득 교수가 학자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한국의 역대 대통령 9명의 평가에서 김 대통령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도덕성 항목에선 꼴찌에서 두번째로 한국을 40년간 훼손했던 독재자들과 같은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김 대통령이 위대한 지도자이며 퇴임 후 국민이 이를 평가할 것이라고 옹호하고 있다고 포스트는 덧붙였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