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그들이 왔다.
7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02 남북통일축구경기에 참가하는 북한축구대표팀이 5일 오후 3시50분 고려항공 815편을 통해 남한에 들어왔다.
이광근 북한축구협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선수단 49명은 이날 오후 2시50분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해 평양∼서울 직항로를 통해 인천공항에 무사히 안착했다.북한선수단은 이광근 단장과 김정만 부단장, 임원 14명, 기자 6명, 이정만 감독 외 코치 5명, 선수 21명으로 구성됐다.
북한축구대표팀이 남한을 찾은 것은 1990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남북통일축구 이후 12년만의 일이다.
북한선수단은 도착 후 귀빈실로 이동해 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의 환영사를 받고 이광근 단장이 도착성명을 발표한 뒤 환영행사에 참가했다.
이광근 단장은 도착 성명에서 “북측 선수들은 축구공에 통일염원을 담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의 열기를 더욱 고조시켜 나가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또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약 50분간의 도착 리셉션 및 환영행사를 마친 북한선수단은 곧바로 숙소인 서울 신라호텔로 이동해 짐을 푼 뒤 저녁에는 유럽-코리아재단이 주최하는 환영연에 참석했다.
이날 환영연에 앞서 열린 양팀 매니저 미팅에서 남측과 북측은 7일 경기에서 각각 붉은색과 흰색의 유니폼을 입기로 합의했다.
북한선수단은 6일 오전에는 적응훈련을 한다. 오전 10시 호텔을 출발해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전술훈련을 하며 오후 3시30분엔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이동해 마무리훈련(공개)을 한다.
북한선수단은 경기 당일인 7일에는 특별한 일정 없이 오후 7시부터 열리는 친선경기에 참여할 예정이며 8일엔 오전 경복궁 관광에 이어 신라호텔에서 답례오찬을 한 뒤 오후 5시 인천공항을 통해 북으로 되돌아간다.
인천공항〓이호갑기자 gdt@donga.com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북한선수들 반응 "안정환 선수 '금골' 가장 인상적"▼
“남조선 축구가 우리보다 모든 면에서 나은 것 같다.”
5일 서울에 온 북한축구대표팀의 스트라이커인 간판스타 전철은 “월드컵 때 남조선 경기를 지켜봤다. 모든 면에서 정말로 잘했다. 세계가 놀랄 만했다. 집단적으로 하나가 돼 펼치는 플레이는 인상적이었다. 우리보다 실력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비수인 서혁철은 “월드컵에서 악착같이 경기하는 남쪽 선수들을 보고 동료들과 함께 응원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통일축구에서는 열심히 해서 꼭 승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드필더인 안영학도 “월드컵에서 남쪽 선수들은 90분간 쉬지 않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으며 특히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연장 금골(골든골)을 넣은 안정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처음 남조선 땅을 밟아 얼떨떨하다”는 전철은 “그러나 기분은 좋다. 그리고 경기는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또 서민철은 “축구선수는 축구로 말해야 하는 것이다. 경기장에서 멋진 경기 보여주겠다. 이번 통일축구가 통일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웅 IOC위원의 아들인 것으로 알려진 골키퍼 장정혁은 “똑같이 우리 땅 아니냐. 서울 공기도 똑같다고 느꼈다. 경기는 해봐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철은 “이렇게 따뜻하게 맞이해 줘 고맙다”고 말했고 김영준은 “두고보면 알 것”이라며 승리를 장담했다.
인천공항〓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