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미국 이민 2세가 부모의 조국인 한국의 숨결을 느껴보겠다며 충남 서천군의 한 시골중학교로 유학을 왔다. 국제로타리클럽의 교환학생프로그램을 통해 동강중학교로 온 미국 뉴저지주 체리힐고교 2학년 새뮤얼 전(한국명 전세진·14·사진)군이 주인공.
그는 미국의 교육과정이 한국과 다른 만큼 우선 이 학교에서 중학교 과정을 이수한 뒤 내년에 한국의 고교에 입학하거나 사이버강좌 등을 통해 고교과정을 공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중학교에서 유학생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1981년 미국으로 이민간 부모 중 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나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누나와 함께 자라면서 어머니의 조국이 항상 궁금했다.
영어를 자유자재로 쓰고 미국인처럼 생각하는 자신이나 누나와는 달리 어머니는 영어가 서툴러 대부분 한국말로 의사를 전달하고 미국인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했기 때문이다.
올 1월 학교 교사를 통해 국제로타리클럽의 교환학생프로그램을 알게 된 그는 주저 없이 한국 유학을 자원했다.
시골 중학교에 배정된다는 소식에 어머니 이순재씨(50)는 유학을 반대했지만 전군은 “거기도 사람이 살아요. 그러면 나도 살 수 있어요. 그리고 부모님의 나라잖아요”라며 오히려 어머니를 설득했다.
전군은 12일 한국에 도착해 서울 YMCA에서 한동안 한국문화에 대해 배운 뒤 26일부터 동강중학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 3명을 자녀로 둔 허기성 목사의 집에서 머물고 있다.
“미국에 비해 수준이 높은 수학과 한국을 주제로 다룬 사회 등의 과목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친구들이 모두 잘 대해 줘 어려움은 없어요. 어머니가 한국말을 사용해 듣는 데는 별문제가 없고 단지 말하는 게 좀 서툴 뿐이에요.”
그는 “사촌형의 말처럼 ‘과연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갖고 앞으로 1년을 지낼 생각”이라며 “앞으로 전공할 건축분야에서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와 서양의 양식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건축 양식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강중은 ‘국내 중학교 유학 1호. 사무엘 전 미국에서 오다’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정문에 내걸었으며 다음달 2일에는 전군에 대한 공식 환영식도 가질 예정이다.
서천〓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