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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플레이를 합시다]장성각/사생결단式 재개발 수주 없어야

입력 | 2002-08-19 18:42:00


최근 언론 보도에는 재건축과 관련된 부정적 측면이 상당히 부각되고 있다. 재건축이 부동산 투기의 주요한 원인이며, 폭력 뇌물 부정 등이 난무하는 불법의 온상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재건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성장과 쇠퇴의 과정을 겪게 되는 도시에서 노후 불량지역을 양호한 환경으로 변모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건축 본래의 긍정적 의미가 왜곡된 것은 단순히 재건축조합이나 시공회사만으로 인한 문제는 아니다. 사업에 참여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는 모든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은 도시환경 개선, 도시 기반시설 확충, 주택공급 확대라는 공공적 성격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초기 도입과정에서 철저하게 민간사업으로 규정되었다. 공공 부문은 민간의 사업을 통해 공공이 담당해야 할 역할을 전가하며 손쉽게 목적을 달성하는 효과를 누려왔고, 사업 시행과정은 민간의 역할로 간주하며 외면했다. 공공의 참여나 역할이 없는 상황에서 비전문가들의 집단인 조합이 주체가 되어 해결해야 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과 문제점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건설회사들은 사업의 주요한 참여자로 치열한 업체간 경쟁을 거쳐 사업을 수주하고 수년 여의 준비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공사를 시행한다. 치열한 경쟁이 있는 사업에서 수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조합원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이 제시되기도 하고 불법 부정이 난무하기도 한다. 수주에 성공하면 모든 불법부정은 잊혀지고 수주한 자만이 영광을 안게 되는 시장의 특성이 건설회사들의 불법을 부채질하는 것이다.

조합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이주 기간 내에 조합원이 이주를 완료하지 않아 발생한 이자비용이다. 이주에 비협조적인 조합원의 경우 조합이나 건설회사에 별도의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며, 법적으로 이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됨에 따라 조합이나 건설회사는 추가 보상금을 지급하게 된다. 결국 지연된 기간의 이자비용과 추가 보상비용은 절대 다수의 조합원들에게 추가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조합이나 건설회사는 철거업체를 통해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이주를 독려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보인다.

부정적인 면이 계속 부각된다고 해서 재건축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반드시 재건축이 필요한 지역도 있다. 정부에서는 내년에 그간 재건축사업에서 나타난 많은 문제점을 보완해 ‘주거환경정비법’(가칭)을 제정, 시행할 계획이다. 이 법은 재건축과 관련된 문제점들에 대한 보완책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법만으로 모든 문제를 치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서의 페어플레이는 모든 사업 관련자들이 자신의 이익만이 아니라 전체를 생각해 양보하고 타협하는 것이다.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서 권리를 주장해야지, 독선적으로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는 것은 사회악일 뿐이다.

장성각㈜대우건설 이사·주택개발사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