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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독자리포트/ ‘자연의 가치’ 깨닫는 숲기행

입력 | 2002-08-11 19:35:00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따라 숲 탐방을 떠났다. 개옻나무, 층층나무, 자작나무, 붉나무, 물박달, 쪽동백….

호젓한 산길을 걸으며 숱한 나무를 만났다. 숲을 안내하는 교사가 생강나무 잎을 따서 손으로 비벼 코에 대주었다. 향긋한 생강 냄새가 났다. 생강이 없을 때에는 생강나무 잎으로 양념도 하고 차도 끓일 수 있다고 하였다.

산초나무 잎도 뜯어 코에 대보았다. 산초나무는 향이 강해서 벌레를 쫓는데 그만이라 울타리 나무로 많이 심었다고 했다. 오이나무 잎에서는 상큼한 오이 냄새가 났다.

새들이 제 이름을 부르며 우는 것처럼 나뭇잎들은 제 이름에 맞는 향기를 품고 있었다.

나뭇가지를 물에 담그면 푸른 물이 나온다는 물푸레나무. 수관을 타고 한창 물이 오를 때는 염료로 쓸 수 있는 나무이다.

정말 푸른 물이 나올까. 숲의 안내자는 나뭇잎에서도 푸른 물이 나온다면서 물푸레나무 잎 한 장을 비벼 물에 띄웠다.

“‘혹부리 할아버지’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나무인데, 그 나무 열매를 딱 깨물었더니 도깨비가 깜짝 놀라서 도망갔어요. 어떤 나무일까요?”

인솔 교사가 나무에서 열매를 따며 물어 보았다. 답은 개암나무.

유치원에 다니는 조카는 교사가 준 개암나무 열매를 주머니 속에 넣었다.

그 순간, ‘녀석’에겐 전래동화 속의 열매 하나가 더할 수 없이 소중한 보물인 것 같았다.

숲 탐사가 끝나고 모둠별로 식물도감을 만들어 발표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참가자들은 나무의 정령이 되어 ‘나무와 시와 그림’이라는 식물도감을 만들었다. 숲길에서 만난 층층나무와 붉나무, 밤나무를 그리고 시를 짓고 설명글을 썼다. 그러나 빈약한 붓끝으로 어찌 자연, 숲, 나무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으랴.

숲 해설가를 따라 나서기 전에는 나무 곁을 무수하게 스치면서도 아는 게 별로 없어 그냥 지나쳤었다. 그러나 몇 차례의 숲 탐방을 통해 그 나무들을 들여다보고 만져 보면서 나무들의 존재를 비로소 느끼게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어찌 문화유산 뿐이랴. 숲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숲 안내자를 따라 숲에 가 보자. 신비한 자연의 세계를 체험하며 자연의 가치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인천산림조합(032-462-8494)에서는 ‘생명의 숲·희망의 숲을 찾는 인천 산림생태기행’을 떠난다. 일정은 8월 18일 문학산, 9월15일 청량산, 10월 20일 호룡곡산 등.

인천대공원(032-466-7282)에서도 생태지킴이들이 매주 토요일 오후에 관모산(인천 남동구 장수동) 자락의 덩굴식물, 나무, 거미, 나비 등과 만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미혜(40)/현대아동문화작가회 kimmihae4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