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에서도 돈을 번다.”
헤지펀드의 사명이다. 98년 태국의 바트화를 공략해 동아시아의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았던 헤지펀드들이 지금은 미 달러화를 공략하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질 조짐을 보이자 유로화와 엔화를 사들이고 달러화를 투매하고 있는 것.
뉴욕타임스는 28일 “헤지펀드들이 미 증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징적 인물이 존 메리웨더(사진). 98년 자본금의 20배가 넘는 돈을 차입해 러시아의 루블화에 투자했다가 러시아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함에 따라 파산한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의 최고경영자 출신이다. 미 금융권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에 공황의 불안을 안겨준 그가 경제 불안을 틈타 다시 살아났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새로 설립한 JWM 파트너스라는 헤지펀드가 1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 올 상반기 6%의 순익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의 부활은 미 증시가 급락해도 부자들은 언제나 돈을 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굴지의 헤지펀드인 캑스톤 어소시에이츠와 앤도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상반기 중 각각 14.3%와 14.4%, 헤지펀드와 성격이 유사한 존 헨리의 펀드는 무려 2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헤지펀드들이 고수익을 올리는 방법은 통화투기 외에도 신흥시장을 비롯한 국제 금융시장에 위험을 분산하는 것과 주식 대신 채권을 매입하는 것 등 다양하다. 이중 일반투자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공매도(short sell-ing). 이 방법은 증권회사나 금융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 당시 시점의 주가대로 주식을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싸게 매입한 주식으로 갚아 차액을 챙기는 것. 주가가 떨어질수록 차액이 커지기 때문에 공매도는 주가 폭락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돈은 돈을 좇는 법.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상류층이 앞다퉈 헤지펀드에 가입하면서 지난해 헤지펀드의 자산이 4800억달러에서 5630억달러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헤지펀드에 가입하려면 최소 100만달러(약 12억원)를 집어넣어야 한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