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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 무희' 최승희 日서 부활…아사히TV 다큐 특집방송

입력 | 2002-07-23 18:33:00


베일에 가려졌던 전설적인 무용수 최승희(1911∼?)가 일본에서 ‘환생’한다. 일본 아사히(朝日) TV는 30일 밤 10시 최승희 특집 다큐멘터리를 방송한다.

이를 제작한 ‘다큐 서울’의 정수웅 대표는 “10년 가까이 유럽 러시아 등에서 찾아낸 최승희의 흔적을 담은 기록”이라며 “일단 일본에서 일부를 공개한 뒤 수정 보완해 가을경 서울에서 방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승희는 경주 석굴암 관음상을 무용으로 승화시킨 것을 비롯해 아시아의 전통 전래 무용을 현대화시켰다”며 “최승희가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인정받았던 예술인이었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을 돌아다니며 최승희와 관련한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냈다. 최승희가 중국 둔황석굴 벽화를 현대적인 무용으로 창작해 경극에 영향을 미쳤고 그로 인해 중국의 최승희 제자들이 중국 무용계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

또 최승희가 한국전쟁때 월북한 뒤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했을 당시의 자료와 1939년 발간된 프랑스의 주간잡지 ‘시그널’에 4쪽에 걸쳐 소개된 최승희 사진들도 파리의 고서점에서 찾아냈다.

정 대표는 마블로 피카소(1881∼1973)가 최승희를 그렸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밝혀낸 바 있다. 그러나 피카소가 그린 그림의 소재를 아직 확인하지 못해 이를 찾기 위해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을 돌아다니며 추적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국내 유력 정치인이 피카소의 최승희 그림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일본 등 외국으로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최승희가 피카소와 친분을 나누며 파리에 머물 당시의 하숙집 주인 딸을 만나 이 그림의 행방을 알아보기 위해 조만간 프랑스에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승희는 일제강점기에 숙명여학교 졸업후 일본에서 현대무용을 배웠고 1930년대 중반부터 유럽 미국 중국 등 순회공연에 나서 ‘동양의 무희’라는 찬사를 받은 세계적인 무용수였다.

중앙대 무용과 정병호 명예교수는 “최승희의 춤은 발레 중심이었던 유럽에 동양 예술의 미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