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암컷 반달곰 ‘반순’으로 추정되는 곰의 시체가 발견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16일 전남 구례군 지리산의 문수골 해발 800m 지점의 바위틈에서 반순이의 시체로 추정되는 곰의 뼈와 털을 발견했다고 19일 밝혔다. 반순이는 지난 겨울 지리산에서 전파발신기만 남긴 채 실종돼 밀렵꾼에 희생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시체는 전파발신기가 있던 곳보다 100m 정도 높은 지점에서 발견됐으며 낙엽에 덮인 채 부패가 심해 뼈와 털만 남은 상태였다.
관리공단의 ‘곰관리팀’의 한상훈 박사는 “두개골의 크기와 성장정도, 이빨의 마모상태 등으로 미뤄 1년생 곰으로 보이며 원래 이 지역이 반순이의 주요 서식처로 이용됐고 다른 야생곰의 활동 흔적이 없는 점을 고려할 때 반순이의 시체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 박사는 “반순이는 입을 벌린 상태에서 엎드려 죽은 것으로 보이며 이는 통상적으로 곰이 굶어죽을 때의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곰은 겨울잠을 자기 위해 충분하게 먹이를 섭취해야 하는데 먹이 부족으로 겨울잠을 자지 못한 반순이는 혹한과 눈보라 속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다 아사했다는 분석이다.
공단 관계자는 “절단된 전파발신기로 보아 반순이의 몸에 누군가 손을 댔지만 전문 밀렵꾼이라면 1년생 곰에게 웅담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따라서 자연사한 곰에게서 누군가가 전파발신기를 떼어낸 뒤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