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국적 논란은 주로 사회지도층 인사들과 그 자녀들에게서 일어난다. 이것은 사회의 지도층인 그들에게는 좀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국민 일반의 정서 때문일 것이다.
장상 국무총리서리의 경우 미국에서 태어난 큰아들 박모씨(29)의 국적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박씨가 4세 때 포기했던 한국국적을 다시 회복하기로 결정했다고 12일 발표했다. 문제는 회복이 아니라 한국국적을 포기했음에도 주민등록을 유지한 채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다는 데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장남 정연(正淵)씨의 딸, 즉 이 후보의 손녀는 1월 하와이에서 태어나 자동으로 미 국적을 취득했다. 민주당이 이를 ‘원정출산’으로 몰아붙이자 이 후보 측은 “하와이대 동서문제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는 정연씨를 따라 하와이에 갔던 정연씨 부인이 현지에서 출산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한국에도 출생신고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녀의 미 국적은 스스로가 미 국적 포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만 18세까지 유지된다. 즉 그때까지는 이중국적자다. 이 후보 측이 국내에 출생신고를 한 것은 손녀를 이중국적자로 두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 93년 김영삼(金泳三) 정부의 초대 법무부장관에 임명됐던 박희태(朴熺太)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당시 그의 딸이 미국 국적을 갖고 이화여대에 특례입학한 사실이 알려지자 10일 만에 옷을 벗었다. 김성훈(金成勳) 전 농림부장관의 경우는 재직 중이던 99년 4월 미국 시민권자인 차남(당시 30세)의 국적문제가 계속 시빗거리가 되자 차남 스스로 뒤늦게 미 국적을 포기하고 귀국해 자원 입대했다. 이기준(李基俊) 전 서울대 총장의 경우도 재직 당시인 99년 3월 미국 시민권자인 장남(당시 32세)이 병역기피 의혹에 시달리다 결국 공익근무요원으로 자원 입대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사회지도층 인사의 이중국적 실태와 논란
지도층인사
논란 시기
해당자
내용
장상
총리서리
7·11
개각 직후
장남
·미국 시민권자인 장남이 4세 때 미국 국적을 포기했음에도 주민등록은 유지하고 건강보험 혜택 받음
·장남의 한국 국적을 회복하기로 12일 결정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올 3월
손녀
1월 하와이에서 태어난 손녀에 대해 민주당 측이 ‘원정 출산’ 의혹을 제기하자 3월 한국에도 출생신고. 이와 관계 없이 미국 국적은 그대로 유지됨
송자
전 교육부 장관
2000년
장관 재직시
부인과
자녀 2명
장관 임명 당시 부인과 자녀 2명이 미국 시민권 유지
양성철
전 주미대사
2000년
주미대사 내정시
부인과
자녀 2명
교포 3세로 미국 시민권자인 부인은 2000년 초 미국 국적을 포기했으나 두 자녀는 미국 시민권 유지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99년 장관 재직시
차남
미국 시민권자인 차남이 유학 중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귀국해 군에 자원 입대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
99년 총장 재직시
장남
미국 시민권자인 장남이 32세에 공익근무요원 자원 입대
박희태
한나라당 최고위원
93년
법무부 장관 재직시
딸
91년 대학진학을 앞두고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인 자격으로 이화여대에 특례 입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