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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워치]'오남매' 시대착오적 패션 눈살

입력 | 2002-07-14 18:44:00


SBS ‘오남매’는 50년대 당시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강화도에 2600여평에 달하는 대형 세트장을 마련하는 등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시대 배경이 70년대로 바뀐 이후 주인공들의 의상과 헤어스타일 등이 지나치게 21세기적이어서 드라마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

극중 대통령 비서관인 김창민(이민우)의 의상이 대표적인 경우. 그가 입고 나오는 양복은 좁은 깃과 앞부분에 4개의 단추가 달려있는 게 특징이다. 이는 1990년대 후반부터 유행한 양복 스타일. 70년대 당시는 2개 단추가 기본형이었다. 당시 헤어스타일도 장발이 많았으나 극중에선 장발족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대부분 짧은 머리에 무스를 발라 넘긴 모습을 하고 있다.

호식(여현수)도 집에서 면 반바지에 폴로스타일 티셔츠를 입고 있을 때가 많다. 면바지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80년대 후반. 70년대에는 나일론 바지가 대부분이었다는 게 패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창민의 동생인 정임(김미희)의 복장도 지나치게 세련되다. 당시에는 허벅지 부분이 넓고 발목 쪽이 좁은 ‘디스코’ 스타일의 바지가 유행했으나 극중 정임은 요즘 유행하는 통좁은 칠부바지를 입고 나온다. 여성 등장 인물의 화장이나 머리 스타일도 요즘과 똑같다.

주부 김현숙씨(50)는 “의상이 너무 최신이어서 70년대 향수를 전혀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패션정보업체 퍼스트뷰코리아의 이정민씨는 “드라마 ‘오남매’의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등은 제대로 고증을 거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제작진은 70년대를 재현한 세트를 따로 마련하지 않아 야외 장면은 한적한 길이나 숲 등 시대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공간에서 촬영된다.

결국 이 드라마가 7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지 않으면 요즘 드라마로 오인될 수 밖에 없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