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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남자는 왜? 여자는 왜?

입력 | 2002-06-28 17:58:00

피카소의 '우는 여자'


남자는 왜? 여자는 왜?

와다 히데키 지음 이유영 옮김 192쪽 8000원 예문

또 화성인과 금성인의 이야기다. 그러나 일본에서 날아온 이번의 ‘우주괴담’은 기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류와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화성…’이 남녀 대뇌 구조의 차이 및 그 탓으로 발생되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들여다본다면, ‘남자는 왜…’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오늘날 초산업사회를 사는 현대 남녀는 조금씩 맛이 갔다. 또한 맛이 가는데도 성차(性差)가 엄연하다”라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테면 ‘성 구분으로 풀어본 정신병리학 리포트’정도로 소개할 수 있을까.

먼저 성차에 따른 ‘탐닉증상’을 주제로 ‘대결 女대 男’을 펼쳐보면,

★女 쇼핑, 男 알콜〓남자는 여자들에게 구애를 해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전제로 사회가 형성돼 있다. 따라서 남자끼리 기분을 달랠 수 있는 사교장이나 유흥업소가 많다. 반면 여성은 남자가 없는 기간이 길어질 경우 외로움을 발산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쇼핑이다. 따라서 남자는 알콜중독, 여자는 쇼핑중독에 빠지기 쉽다.

★女 점쟁이, 男 도박장〓승부 겨루기는 남자로서의 능력을 드러내고, 강한 모습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심리를 자극한다. 여자들은 승리하기 보다는 행운을 기다리는데 익숙하다. 남자가 도박에, 여자가 점에 빠져들기 쉬운 이유다.

★女 원조교제, 男 변태〓소개하기에 약간 겁이 나는 주제. 저자는 매춘이 ‘여성의 성도착’이라고 주장한다. 짜릿하고 모험적이라는 점에 심리적 가중치를 준 일종의 의존증적 성격이 높다는 것. 그러므로 ‘여성 중에는 도착성욕이 적다’는 인식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책의 중반부분이 들고 나오는 주제는 ‘결혼과 섹스’다. 역시 우리식 시각으로는 ‘도발’로 받아들일만한 위험수위 부근의 내용이 가득하다.

★연애불완전증〓저자는 현대사회가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을 부정하기 쉬운 사회라고 말한다. 각각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에 대한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유니섹스화 경향이 상대 성(性)에 대한 설렘을 희석시켜버리고, ‘가벼운 성관계는 있으나 깊은 연애는 없는’ 불완전 연소의 관계를 낳게 된다는 것.

★왜 중년 남자와 젊은 여성이 불륜에 빠지는가〓자신을 이끌어주고 의지할 수 있고, 경제력도 있는 ‘남자다움’의 이미지를 마음속에 가진 여성들은 결국 훨씬 나이가 많은 남자에 눈길을 돌린다. 그 남자들은 이미 결혼했을 확률이 높다.

★왜 여성들은 결혼하려 하지 않는가〓성 개방 풍조 때문에 섹스상대로서 남자의 선택범위는 많아졌다. 그런 만큼 결혼도 성급하지 않다. 한달에 수백만원을 자유롭게 쓰는 여성들이 많은데, 그와 동일한 수준의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면 결혼하지 않으려 할 것이 당연하다.

아쉬운 점이 남는다면, 도발적인 소재도 원론과 분석 위주로 소개하고 있을 뿐, 앞에서 눈을 깜빡이는 것 같은 생생한 실제 인물의 사례를 들고 있지 않다는 점. 일본과 한국사회의 문화적 차이도 감안해 읽어야 할 것은 당연하다. ‘스토킹’ ‘주부 원조교제’ 등이 중요한 주제가 되어 있음은, 최근 기자의 책상에 속속 도착하고 있는 일본 대중소설들의 경향과도 일치한다.(!)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