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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스타]변방축구 설움 날릴 골의 마술사

입력 | 2002-05-21 18:34:00


터키는 엄연히 유럽대륙의 한 구성원이지만 그동안 ‘유럽의 이방인’이었다. 이슬람 국가란 것과 아시아-유럽을 잇는 지정학적 위치가 주원인. 터키는 현재 유럽연합(EU)에도 끼지 못한 상태다. 축구도 터키의 역사와 비슷했다. 축구는 터키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지만 1996년에야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컵 본선에 진출할만큼 축구변방이었다. 터키인들의 가슴에 한이 쌓일 만했다.

그러나 터키인들은 2년전 UEFA컵에서 터키 최고의 프로팀 갈라타사라이가 사상 첫 우승컵을 차지하며 맺힌 응어리의 일부나마 풀었다. 바로 한해전 터키를 휩쓴 대지진으로 망연자실했던 터키인들에게 우승 소식은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희망이었다.

터키인들은 2002한일월드컵에서 또 다른 꿈을 꾼다. 두 번째 월드컵 도전에서 우승이란 원대한 꿈을.

우승 희망의 조타수가 바로 ‘보스포르스의 황소’ 하칸 슈퀴르(31·파르마)다. 1m91의 장신답게 헤딩슛이 일품인 슈퀴르는 뛰어난 스피드와 정교한 드리블 능력에다 황소같은 힘까지 겸비해 그가 골문을 헤집을 때는 어떤 수비도 빛을 잃을 정도.

1954년 스위스월드컵 이후 48년만의 월드컵 출전이지만 ‘최소 8강을 기반으로 우승까지’ 바라볼만큼 분위기가 고조된 것은 바로 슈퀴르의 발끝에서 시작될 골의 마술을 믿기 때문.

슈퀴르가 처음 프로선수생활을 시작한 것은 16세때인 87년 터키 사카리아스포르팀에서다.이후 부르사스포르,갈라타사라이를 거치며 터키리그에서 13시즌을 뛰는 동안 319경기에 출전, 터키리그 역대 개인 통산 최다골인 197골을 터뜨렸다. 역대 터키 대표선수중 최다골 기록(69경기에서 34골)도 그의 몫이다.

터키축구도 슈퀴르 이후 유럽의 변방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97년이후 4년 연속 터키리그 득점왕으로팀의3연패(98∼2000)를 이끈 슈퀴르가 이를 발판으로 2000년 7월 이탈리아 세리에A 인터밀란으로 이적한 것. 역대 터키 선수로는 두 번째 빅리그 진출이었다.

슈퀴르 개인적으로도 95년 7월 이탈리아 토리노에 입단했다 불과 5경기(1골)를 뛰고 4개월만에 쫓겨나다시피 갈라타사라이로 복귀한지 5년만의 ‘권토중래’다. 당시 토리노를 떠나며 “다시 돌아올때는 최고의 클럽으로 돌아오겠다”고 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셈.

슈퀴르는 인터밀란 입단이후 호나우두(브라질),크리스티안 비에리(이탈리아), 이반 사모라노(칠레), 아드리안 무투(루마니아) 등 세계적 공격수들과 주전 경쟁을 벌이며 최근까지 24경기에서 5골을 터뜨렸고 올 1월 파르마로 이적했다.

터키대표팀에 복귀한뒤에는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11경기에 출전, 팀내 최다인 6골을 기록하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슈퀴르는 누구

▽생년월일〓1971년 9월1일

▽체격〓1m91 81kg

▽포지션〓포워드

▽소속팀〓사카리아스포르(87-90)-부르사스포르(90-92)-갈라타사라이(92-95)-토리노(95)-갈라타사라이(95-2000)-인터밀란(2000-20002)-파르마(2002.1∼)

▽주요경력〓2000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갈라타사라이) 터키리그 3연패(98∼2000·갈라타사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