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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기자의 건강세상]거짓말도 병

입력 | 2002-05-05 17:29:00


“신문은 정치면과 사회면을 보지 않아요. 방송은 뉴스를 안 보죠.”

온갖 게이트에 추문, 거짓말이 난무하는 정치판 때문에 뉴스 거부증을 보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은 차라리 그 시간에 고전음악을 듣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러나 요즘 정치인들처럼 거짓말이 습관적이라면 그것도 병이다.

‘병적 거짓말 환자’를 꼼꼼히 분석하면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위기 상황만 되면 뇌에서 충동조절 물질인 세로토닌이 적게 분비되어 순간적으로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둘째,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고 그렇지 않으면 안달이 나서 견디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셋째로 거짓말을 지어내 떠벌리면서 자신도 철썩같이 믿는 경우다.

의학적으로 거짓말은 자기 보호 본능의 일종이다. 부모가 보호해주는 5, 6세 이전에는 거짓말이 나쁜 줄을 모른다. 어른이 위기상황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뇌의 자기 보호본능이 정신을 어릴적으로 퇴행시키는 것이다. 거짓말쟁이의 뇌는 언어를 구성하는 능력이 다른 기능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뛰어나다. 뇌가 얘기를 지어내는 능력은 뛰어난데 이를 분석, 판단해서 내보내는 여과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거짓말이 술술 나오는 것이다. 또 사람은 감정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뇌에서 감정을 조절하고 단기 기억을 맡는 변연계에 이상이 생기고 이 때문에 장기 기억과 분석, 판단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에도 영향을 미쳐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거짓말 환자’ 중 자신의 거짓말에 빠져서 진실이라고 믿는 경우에는 거짓말탐지기로도 알아낼 수 없다. 컴퓨터의 파일에 덧칠을 하면 원본을 쉽게 알 수 없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최근 미국에서는 머리에 10여개의 미세전극이 내장된 덮개를 씌우고 피의자가 연관된 범죄 장면을 컴퓨터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뇌파의 변화를 분석하는 ‘뇌 지문 감식’이라는 분석기가 나왔지만, 거짓말을 ‘사실’로 믿는 사람에게도 통할지는 의문이다.

일반적으로 거짓말쟁이 중에는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난폭한 부모밑에서 자란 사람이 많다. 벌받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하다가 습관화된 것이다.

그러나 특히 5, 6세 이전의 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 혼내면 안된다. 이 연령층의 아이는 거짓말을 해서 혼났다기 보다 사실을 들켜 혼났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무심결에라도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고 피노키오 얘기 등을 들려주며 진실을 사랑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도 피노키오처럼 거짓말을 하면 코가 커진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코안의 혈관조직이 팽창해서 충혈되고, 코가 간지러워져 무의식적으로 긁거나 만져서 더 커진다는 것이다.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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