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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테이프 처음부터 있긴 있었나

입력 | 2002-04-25 18:32:00

입다문 설훈의원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은 정국을 뒤흔든 ‘메가톤급 폭로’ 엿새 만인 25일 기자실에 모습을 나타냈으나 물증도 제시하지 않았고 진전된 내용도 밝히지 못했다. 폭로 이후 그가 언론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던 ‘정보기관의 정보제공설’에 대해서도 그는 분명한 해명을 하지 못한 채 “야당의 주장일 뿐이다”라고 일축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설 의원이 제기한 의혹은 그의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욱 미궁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설 의원은 이날 결정적인 물증인 녹음테이프 소지자의 협조를 얻지 못한 데 대해 “최씨가 야당과 이 전 총재에게 타격을 주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즉, 최씨가 돈 전달 문제에 대해 사실을 밝히려 하지 않고 있고, 현재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녹음테이프의 공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었다.

그러나 설 의원은 이 증인과 직접적인 접촉조차 하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정함으로써 자신의 발언의 신빙성을 스스로 떨어뜨렸다. 설 의원은 “증인과 전화통화를 했느냐”는 질문에 “직접은 못했다”고 답변해 테이프 소지자와 최초 제보자를 통해서만 간접적인 접촉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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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의원은 또한 자신과 최초 제보자의 연락 관계마저 확실하지 않은 듯한 여운을 남겼다. 기자들이 “녹음테이프 내용을 증인(최초 제보자 지칭)이 직접 들었느냐”는 질문에 설 의원은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추측성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 의원은 “녹음테이프가 있느냐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돈을 줬다는 최씨가 마음만 바꾸면 된다”고 말해 녹음테이프 존재 여부 공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냈다. 설 의원이 고심 끝에 기자회견을 갖기로 한 것도 당장 녹음테이프를 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향후 최종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발생한다면 피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녹음테이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최씨가 이 전 총재 측에 돈을 줬다는 의혹을 부인할 경우의 법적 책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설 의원은 폭로 직후 잠행하는 동안 민주당의 동료의원들과 장시간 이 문제를 상의하기도 했고, 24일 밤에는 고향 친구들로부터 위로를 받는 식사모임에 참석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