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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스님의 밥그릇으로 보는 수행-구도 '발우'

입력 | 2002-04-12 17:21:00


◇ 발우/지명스님 지음/184쪽 1만3000원 생각의나무

발우(鉢盂)는 ‘스님들이 사용하는 밥그릇’이다. 중생의 뜻에 따라 양대로 채운다는 응량기(應量器)라고도 불리며 바리때 바리 발다라(鉢多羅) 응기(應器)라고도 한다. 스님 각자가 1벌씩 갖고 있지만 각별히 소중하고 정갈하게 다룬다. 단순히 밥을 먹는 도구라기보다 ‘수행자에 합당한 크기의 그릇’이라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발우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책. 조선 불교를 대표하는 서산 휴정(西山 休靜) 스님의 청옥 발우 등 한국의 시대별 발우 유형을 소개한다. 특히 발우와 관련해 중국 당나라 때 조주선사(趙州禪師)와 한 스님의 대화는 의미심장하다.

“조주 스님 불법이 무엇입니까?”

“아침은 먹었는가?”

“예, 죽을 먹었습니다.”

“그러면 어서 밥그릇이나 씻어라.”

이어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라마는 욕심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원하는)물건을 손에 넣으면 큰 행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그러나 몇 달만 지나면 행복한 마음은 사라져버리고 모델을 바꾸고 싶어진다. 예전에 가졌던 그 물건들이 이젠 잔뜩 불만을 느끼게 한다. 이것이 변화의 본질이다.”

이밖에 중국 대만 일본 타이 베트남 등 세계 발우의 형태과 유래, 그리고 사찰의 전래 음식 조리법 등을 곁들여 일반인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의 저자인 지명(智明) 스님은 “수행자의 목표는 번뇌로부터의 해방과 중생을 구제하는 것으로 무소유(無所有)정신이라 한다”며 “밥 그릇과 옷 세벌로 수행의 의지처로 삼는 불교의 일발삼의(一鉢三衣) 정신이 생활의 지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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