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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의 세월…아물지 않은 아프간 비극

입력 | 2002-03-14 00:08:00



‘강렬한 초록색 눈빛으로 말없이 전쟁의 비참함을 호소하던 아프가니스탄 소녀는 지금쯤 어떻게 변했을까.’

미국의 사진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17년 전 표지 인물로 실었던 아프간 소녀를 찾아내 성인이 된 모습을 4월호 표지에 다시 실었다.

1985년 6월호 표지에 실릴 당시 이 소녀는 소련군의 폭격으로 부모를 잃고 인접국 파키스탄의 난민촌을 전전했었다. 12,13세쯤 됐을 그의 모습은 아프간인들의 고난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상징이 됐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이 사진으로 그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17년이 흐른 지금 그는 아프간 동부 잘랄라바드에서 빵집 주인의 아내로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이름은 살리바트 굴라. 굴라는 자신의 나이가 28∼30세 정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벌써 세 아이의 어머니가 된 그의 얼굴엔 신산했을 삶의 흔적이 역력했다. 피부는 거칠어졌고 눈과 두 볼도 꺼져있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1월부터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그를 찾아 나섰다. 수색팀까지 구성해 아프간 곳곳을 뒤졌다. 남편의 허락하에 부르카를 벗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자신의 모습이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려 유명해진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80년 소련 침공 때에 비하면 1996∼2000년 탈레반 치하는 그래도 나았다”면서 “아이들은 내가 받지 못한 교육의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후원자들이 내놓은 돈으로 굴라와 그의 가족을 돕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