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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뉴스]美음반시장 ‘가수 노비문서’ 논란

입력 | 2002-02-27 18:00:00


스타는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만든다고 해서 다 팔리는 것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 투자위험도가 일반기업보다 훨씬 큰 미국의 음반시장과 팝스타, 그리고 음반회사의 관계를 1면 기사로 조명했다.

팝스타 돈 헨리와 셰릴 크로는 그래미상 시상식 하루 전인 26일 밤 음반사와 가수의 전속계약을 완화하는 법안을 지지하기 위해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들은 무명 시절 음반회사와 한 전속계약이 수십년간 따라다니는 불평등한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도 문제가 된 이른바 연예산업의 ‘노비문서’라는 것.

캘리포니아 주의회에는 이처럼 ‘약자’인 가수들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영화배우처럼 전속계약 기간을 7년으로 제한한 법안이 상정돼 치열한 논란을 촉발하고 있다.

MCA를 비롯한 미 5대 음반사들은 지난해 출시한 신보 6455개 중 비용을 건진 음반은 5%도 안된다면서 계약기간의 제한에 극력 반대하고 있다. 잘 키운 스타 한사람에게서 최대한 이윤을 뽑아내야 회사운영이 가능하다는 것.

MCA가 투자한 10대 여가수 칼리 헤네시(18)의 사례는 대박을 터뜨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말해준다. 10세 때 아일랜드에서 ‘칼리의 크리스마스 앨범’으로 데뷔한 헤네시는 13세에 데니 소시지 모델로 전국에 얼굴을 알린 예비스타. 카리스마와 의욕 그리고 천부적 음성의 3박자를 고루 갖춘 그는 단번에 MCA사 제이 보버그 사장의 눈에 들었다.

미국 5대 음반社 음반 판매량

전체 출시 음반

6455개

100만장 이상

60개

50만∼99만9000장

52개

25만∼49만9000장

95개

10만∼24만9000장

208개

3년 전인 99년초 10만달러의 선금에다 한달에 5000달러씩 생활비를 받는 조건으로 고교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MCA사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같은 스타로 키울 요량으로 셀린 디옹과 스파이스 걸의 곡을 각각 작곡한 스티브 도프와 그레그 알렉산더와 같은 유명작곡가들을 붙여줬다. 심지어 하이힐을 신고 새벽에 작업해야 가장 매력적인 목소리가 나온다는 그의 특성을 감안해 오전 2시에 녹음작업을 해왔다.

3개월 전 드디어 데뷔 앨범 ‘얼티미트 하이(Ultimate High)’가 나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판매량은 고작 378장.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헤네시의 참담한 실패가 변덕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음반시장의 상징적 사례라면서도 셰릴 크로 등 이미 스타가 된 유명가수들은 “높은 실패율은 음반사들의 무능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