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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양음악사 최고의 명저 '프렌티스 홀 시리즈' 출간

입력 | 2002-02-26 18:00:00


노튼 서양음악사 등과 더불어 ‘가장 엄밀하고 방대한 서양음악사’의 하나로 꼽히며 전세계의 유수 음대에서 강의교재로 쓰여온 ‘프렌티스 홀 음악사 시리즈’가 네 권의 책으로 번역됐다.

2000년 11월 ‘바로크 음악’(클로드 팔리스카 원저) ‘고전시대의 음악’(라인하르트 파울리 원저), 이듬해 3월 ‘19세기 낭만주의 음악’(리 롱이어 원저)이 번역 소개된 데 이어 최근 ‘20세기 음악’(에릭 솔즈먼 원저)이 선을 보임으로써 바로크에서 현대에 이르는 일관된 체제를 갖추게 된 것. 전체 분량만 1500여쪽에 이르는 이 엄청난 번역작업은 피아니스트 김혜선 (전 경희대 교수)이 혼자 10여년간 매달린 끝에 완성해냈다. 책이 나온 출판사 ‘다리’도 그가 오로지 이 시리즈의 출간을 위해 2000년 설립했다.

“유학시절 프렌티스 홀 시리즈로 음악사를 공부하면서 그 치밀한 짜임새에 감탄했지요. 돌아와 보니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그와 같은 완벽한 교재를 사용하는 학교가 없더군요.” 김교수는 ‘음악사의 모든 시대를 설명하는 과정에 많은 지적 도전을 제기하고 있으며, 결국 공부하는 개개인이 그 도전에 맞서야 하는 책’ 이라고 이 시리즈의 특징을 설명했다. 그는 “읽는 것 만으로는 책이 의도하는 성과를 모두 달성할 수 없으며, 책에 수록된 악보 속의 음악을 꼼곰히 찾아 듣고 음악을 느끼는 성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대별로 저자가 다른 것은 각각 최고의 전문가가 연구에 참여해야 한다는 학술전문 출판사 프렌티스 홀의 고집 때문. 그러나 미국 음악사학의 거물인 와일리 히치콕이 전체 감수를 맡아 한 사람이 쓴 듯한 통일된 체제를 이뤄냈다. 고전주의 편에서는 웬만한 자료에 등장하지 않는 모차르트의 산수공부 얘기까지 곁들이면서 전기(傳記)적 배경도 풍성하게 제공하는 한편, 바로크 편에서는 라모가 정립한 화성이론의 세부적인 구조까지 꼼꼼히 짚어냈다. 베토벤 시대의 피아노 교습 등 개인 가정의 음악활동까지도 당시를 들여다본 듯 소개하고 있다.

김교수는 “앞으로 중세 르네상스편까지 번역을 완료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큰 학교에서 교재로 선택한 일도 없는데, 음악을 사랑하는 일반인들이 알음알음으로 책을 사간다는 서점 매장관리자의 귀띔을 듣고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고 말했다. 각권 2만2000∼2만8000원.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