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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김-이승재기자의 테마데이트]'개'

입력 | 2002-02-21 14:26:00


앙드레 김은 개 7마리를 기른다. △마르티스 종 2마리(♀·8세, 6세) △프렌치푸들 종 1마리(♀·2세) △일본산 시바 종 1마리(♂·1.5세)와 △여덟살 짜리 마르티스 종과 시바 종 사이에서 1월29일 오전11시에 태어난 세 마리 새끼가 그들. 모두 흰색이다. 앙드레 김은 흰색 개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아파트 내부의 흰색 벽지 및 흰색 데커레이션과 흰색 차와 나의 흰색 옷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앙〓저에겐 ‘아기사슴 밤비’라는 철학적 동화에 등장하는 ‘밤비’가 굉장히 로맨틱하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강아지들 이름도 ‘밤비 원(one)’, ‘밤비 투(two)’, ‘밤비 스리(three)’, ‘밤비 포(four)’로 붙였죠. 개들 모두 자기 이름을 정확하게 분간해요.

이〓최근 태어난 새끼 세 마리의 이름은요?

앙〓‘밤비 주니어(Junior) 원’, ‘밤비 주니어 투’, ‘밤비 주니어 스리’입니다.

이〓그들의 탄생은 아름다웠나요?

앙〓경이로왔죠. 저는 어느날 ‘마르티스가 왜 이렇게 살이 쪄 보일까’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임신한 것이었어요. 모르는 새 저희들끼리 운명의 관계를 맺었던 거죠. 아기가 탄생될 날이라고 의사 선생님이 예측한 날짜가 다가오자 강아지가 소리를 지르더라구요. 중도(아들)가 “아, 강아지가 소리를 질러요”하면서 한밤 중에도 (개 보금자리로) 뛰어갔다 오고 또 뛰어갔다 오고 그랬어요. 저는 중도에게 “시바의 몸이 마르티스보다 훨씬 크니까, 아버지를 닮은 아기가 나올 경우 어쩌면 엄마가 수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했어요. 결국 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했죠. 시바는 굉장히 추운 겨울 거리에서 팔리기를 기다리며 떨고 있는 그의 모습을 불쌍히 여긴 아들이 전 재산을 털어 구출해 냈던 개죠.

이〓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일정한 거처 없이 통 속에 살면서 평생을 얻어먹고 살았죠. 그는 “나는 개다”라고 주장하면서, 그 이유로 “내게 뭔가를 주는 자는 꼬리치며 반기고, 아무 것도 주지 않는 자에겐 짖어대고, 내게 나쁜 짓을 하는 자는 물어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식권력화한 철학 등 기존의 권위와 가치를 조롱하며 독설을 퍼부었던 디오게네스의 냉소적 철학을 견유주의(犬儒主義·Cynicism)라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 개(犬)는 디오게네스의 별명에서 비롯된 것.)

앙〓가끔 ‘못된 사람보다 충성스러운 개가 더 낫다’는 말이 진실되게 느껴져요. 자기를 아껴주는 사람을 현명하게 알고는 틀림없이 정감을 표현하고 용맹스럽게 주인을 보호하는 개들의 모습에선 어펙셔니트(affectionate·친밀한)한 기쁨이 있죠. 특히 ‘밤비 투’(마르티스 6세 짜리)는 굉장히 내성적이고 감성적이면서도 다소곳한, 휴매너티한 풍모가 있죠. 개들이 아기들에게 젖 먹이는 모습을 보셨나요? 정말 신기해요. 궁금해서 새벽 3시에도 방에서 나와 들여다보는데요. 젖 먹이는 시간을 무섭도록 철저히 지켜요. 새벽 3시반에 먹이고, 6시반에 일어나 또 먹이고…. 낮밤 구분이 없더라구요. 사람도 그렇죠? 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하고 나서 제가 “어떤 걸 먹이는 게 좋을까요?” 하고 의사 선생님에게 물었더니 미역국을 먹이래요, 글쎄. (웃음) 그래서 일주일간은 미역국을 먹였죠. 이제 시바가 더 자랄수록 피메일(female·암컷)들과 운명의 관계를 맺게 될 거잖아요. 강아지가 너무 늘어나면 곤란하니까, 아들과 상의해 시바에게 불임수술을 해줬어요.

이〓미국에선 개를 기르던 부부가 이혼할 경우 38%가 개의 양육권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분쟁을 일으킬 정도로 개에 대한 사랑과 집착이 대단하죠.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