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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지규만/‘오로지 채식’ 건강 해칠 수 있다

입력 | 2002-01-18 18:12:00


SBS가 11∼13일 방영한 다큐멘터리 3부작 ‘잘 먹고 잘 사는 법’의 방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은 건강 유지를 위한 식생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기회를 가졌다.

제작진은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동물성 식품의 섭취를 피하고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하는 것이 잘 먹는 것이고, 건강하게 잘 사는 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즉 현미, 잡곡밥, 과일, 유기 농산물 채소 등이 오늘날의 건강식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방영된 내용은 동물성 식품을 배제한 편식을 권장하며, 건강 유지를 위한 음식 섭취와 질병 치료를 위한 음식 섭취를 혼동해서 다루고 있어 일반인이 평상시 식생활에서 편식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영양 교육에서 권장하는 건전한 식생활은 여러 가지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 즉 편식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동물성 식품을 일절 배제하고 오로지 식물성 식품을 위주로 하는 채식은 성장이 활발한 어린이들에게 권장하기에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균형 있는 영양을 공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미국이나 호주같이 고단백, 고지방의 식생활 문화를 갖고 있는 사회에서 일부 사람들이 시행하고 있는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소개하면서 우리에게 그들의 식생활을 그대로 따를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일반 국민 모두를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라면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메시지의 전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대적 상황과 개인별 여건에 따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은 항상 변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동물성 식품 위주의 식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채식이 건강식이 될 수 있고, 평소 채식을 주로 하는 사람에게는 동물성 식품의 적절한 섭취가 오히려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패스트푸드인 햄버거도 상대적으로는 건강식이 될 수 있고, 현미밥만 먹는 것이 비건강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식을 특정한 식품 종류로 국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 평소 한 종류에만 치우치지 않고 동식물성 식품과 채소, 과일 등을 골고루 적절한 양 섭취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건강식이다.

동물 사육과정의 일부 비위생적인 면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제작진이 동물성 식품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강조하기 위해 동물성 식품 생산 과정의 일부 부정적인 면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킨 것 같은 인상을 준 것은 본질을 벗어난 부분이라 생각된다.

적어도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는 축산물은 위생적인 처리 과정을 거쳤고, 그 축산물은 우리 건강에 매우 중요한 동물성 식품임에 틀림없다. 우유, 계란, 육류는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절대 필요한 식품이다.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를 다루면서 기존의 학문적 이론에 반하는 주장을 제기할 때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 규 만 고려대학교 생명공학원 영양학 교수

연락처: 02-3290-3415

E-mail: cheekm@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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