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게이트’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수지 김 살해 사건’의 주범인 윤태식(尹泰植)씨의 정치권 로비 의혹까지 새로 제기되자 여야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윤씨의 로비 의혹이 사실일 경우 정황상 여야 모두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윤씨의 돈이 정치권으로 유입되거나 정치인들이 윤씨가 대주주로 있는 ‘패스21’의 성장을 지원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확인된 바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도, 민주당은 19일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면서 은근히 야당 정치인 연루 가능성을 흘렸다.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윤씨는 옛 국가안전기획부와 과거 정부 실세들의 비호 아래 사업확장을 해왔다”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핵심 측근인 다선의 중진 의원 등도 거론되고 있는 만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도려낼 것은 도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렇게 남의 얘기하듯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데에는 윤씨 비호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들이 대부분 야당 정치인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서는 한나라당의 P, L 의원과 민주당 K 전 의원이 윤씨와 가까운 것으로 거명되고 있지만, 정치권 주변에서는 한나라당 H, K 의원, 민주당 L, S 전 의원 등의 관련설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엉뚱한 시비를 건다”며 펄쩍 뛰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해당 의원들은 아무런 혐의가 없음이 확인됐다”며 “여권이 ‘진승현 리스트’에 연고도 없는 야당 의원을 끼워넣듯이 이번에도 여야 의원을 끼워넣어 정치권의 동반자살을 유도하려는 술책”이라고 말했다.
윤씨 비호 인사로 거명된 H 의원은 “3년 전 개인적으로 가까운 K 전 의원의 추천으로 서울 서교동에서 열린 윤씨의 지문인식 기술 발표 시연회에 축하차 간 적은 있으나 이후 윤씨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L 전 의원도 “야인으로 있을 당시 친구의 초청으로 윤씨 회사 행사장에 갔다가 인사를 나누기는 했으나 얼굴도 기억할 수 없는 정도”라고 연루설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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