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이후 지금처럼 개인들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는 적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들이 가계대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금융기관의 문턱이 낮아졌다면 고리대금업 등 사(私)금융 업체는 위축돼야 한다. 그러나 사금융 업체의 영업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올 들어 신용금고 등 소규모 금융기관들이 연이자율 24∼60%의 소액 신용가계 대출에 열을 올리면서 사금융을 이용하는 소비자를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고 있지만 사금융 업체의 이자율은 여전히 100%를 웃돌고 있다. 특히 일본계 대금업체들은 6월까지만 해도 연 80%대의 이자를 받았으나 최근에는 97∼130%로 올렸다. 사금융 업체 수도 작년 말 1412개에서 올 8월 말 기준으로 2240개로 크게 늘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조성목 비제도금융조사팀장은 “가계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계금융 수요의 절대 규모가 더 빨리 늘어 사채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라면서 “제도 금융기관을 이용하게 되면 사채는 쓰지 않을 것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두 기관을 동시에 이용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새로 제도권 가계대출을 이용한 사람이 곧바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다시 사채시장을 찾는 경우도 많다는 것.
좋은신용금고 최종옥 전무는 “자영업자나 영세상인 등은 은행권의 신용평가를 받을 기회가 없어 여전히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O인터내셔널, 프로그레스,센추리서울등일본계 대금업체들이 이런 사각지대를 노리고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일본계 대금업체들은 최근 월 대출금리를 8.2%에서 9.1%로 올리고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일본계 대금업체 이용고객 중 상당수가 이자가 밀려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급전을 쓰는, 신분이 확실한 직장인들이다. 금융기관이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이런 수요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생각. 씨티은행이나 신한금융지주회사가 소비자금융 자회사를 설립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토종 사채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사채업 단속에 나서면서 전주(錢主)들이 돈을 빼내 한때 사채업계에 위기감이 감돌기도 했지만 국회에서 심의 중인 ‘대부업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법’이 실효성 없는 법안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주들이 되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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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융업체 금리수준 현황100%이하25.7%100초과∼300%이하46.6%300초과∼500%이하20.1%500초과∼700%이하3.3%700%초과4.3%계100%
사금융 이용금액별 분포200만원이하32%200만원초과∼500만원35%500만원초과∼1000만원16%1000만원초과17%계100%(자료:금융감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