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자기, 하루 종일 지칠 때까지 놀기, 저녁 늦게까지 TV보기. ‘방학’ 때면 어김없이 치렀던 연례행사였던 것 같다. 방학을 맞이한 청소년을 위해 비디오 몇편을 추려봤다.》
■'스파이키드-닥터두리틀'…화면가득 '공상의 나라'
진짜 ‘오락거리’로 볼 만한 두 편을 권한다. ‘스파이 키드(Spy Kids)’는 어린 시절 공상의 세계를 그대로 영화로 옮긴 것 같다. 혹시 난 스파이? 우리 부모들 역시 스파이? 우리집은 비밀 아지트 아닐까? 이런 황당한 내용이 영화 줄거리다. 스파이 출신의 부모를 악의 소굴에서 구출하기 위해 어느 남매가 활약한다. 이를테면 어린이용 ‘007’ 영화다.
‘닥터 두리틀(Dr.Dolittle)’은 동물들과 대화할 수 있는 어느 의사 이야기다. 개와 말, 돼지가 찾아와 온갖 푸념을 던지고 의사와 허물없는 친구가 된다. 나도 사실 동물들과 대화할 수 있다고? 쉿! 그건 어른들에게 절대 비밀로 할 것.
■'4월이야기' '번지점프를 하다'…사랑을 느끼고 싶다면…
대입 시험준비 등으로 바빴던 학생이라면 ‘4월이야기(April Story)’를 챙겨볼 만하다. 신입생 우즈키는 도쿄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한다. 그녀에겐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다. 굳이 도쿄에, 특정 대학에 입학한 이유가 따로 있는 것. 고등학생 때부터 짝사랑했던 선배가 같은 학교에 진학했기 때문이다. 순정 만화적인 감수성과 아련한 청춘의 기억을 담은 영화다.
한국 영화로는 ‘번지 점프를 하다’도 볼 만하다. 영혼을 일깨우는 사랑과 그에 젖은 연인들의 달콤함이 풋풋하게 묘사돼 있고 궁극적으로 ‘영혼의 동반자’에 대한 의미를 묻는 멜로 영화다.
■일본 키타노 감독 '키즈 리턴'…"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
‘키즈 리턴(Kids Return)’은 ‘하나비’와 ‘소나티네’ 등 주로 철학적인 야쿠자 영화를 만든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작품이다. 고교의 문제아들이 권투선수, 야쿠자 조직원이 되는데 이들은 세상의 벽을 넘지못하고 중간에 좌절한다. 그렇지만? 다시 시작하면 되지, 뭐. 영차! 툭툭 털고 일어난다.
‘그들만의 계절(Varsity Blues)’은 미식 축구에 열중하는 청춘들 이야기다. 여기선 승부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단을 가리지 말고 무조건 이기라는 어른들에 맞서, 주인공 막슨은 외롭지만 유쾌한 싸움을 벌인다.
■'메리 포핀스-오즈의 마법사'…꿈-용기 그린 영원한 고전
옛날영화는 무조건 지겹다고? 그렇진 않다.
이미 ‘고전’이 된 어린이영화를 온 식구가 함께 보는 것도 좋다. ‘메리 포핀스(Mary Poppins)’는 원작 동화로, 영화로, 음악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 하늘에서 우산을 타고 내려온 가정교사와 어린이들의 교감을 담고 있으며 실사, 애니메이션을 절묘하게 뒤섞은 이 영화는 40여년전 작품임을 잠시 잊도록 한다.
실사, 애니메이션을 절묘하게 뒤섞은 이 영화는 40여년전 작품임을 잠시 잊도록 한다.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역시 추억의 영화. 주디 갈랜드가 주연했으며 주제곡이 유명하다. 마법의 땅에 불시착한 뒤 집으로 돌아가려는 도로시의 여정을 그린다. 이 영화는 용기와 친구의 중요성, 그리고 꿈을 현실로 만드는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되새기게 만든다.
김의찬(영화평론가)sozinh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