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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김종필-이인제씨 어색한 만남…‘충청인의 밤’모임

입력 | 2001-12-07 23:10:00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이 모처럼 한자리에서 만났다.

7일 저녁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독교 충청인 성탄 송년 모임’에 내빈으로 참석한 이들은 처음엔 웃으면서 악수를 했으나 그 이후엔 시종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들은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또 검찰총장 탄핵안을 둘러싸고 각자 정치적으로 엇갈리는 행보를 해 온 탓인지 모임 내내 서로 대화다운 대화는 거의 나누지 않았다. 자리가 이웃한 JP와 이 고문이 뭔가 한두 마디 얘기를 주고받은 게 전부였다.

다만 이 고문이 JP를 깍듯이 예우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 고문이 JP의 어깨에 붙어 있는 티끌을 직접 떼어주자 JP는 웃으면서 두어 차례 이 고문의 무릎을 툭툭 두드리기도 했다. 한 자리 건너 앉은 이 총재와 JP는 눈길을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먼저 인사말을 한 JP는 “터무니없는 욕심들이 개인과 사회와 국가를 어렵게 만든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정치 경제 사회 안보 모든 분야에서 각계 지도자의 ‘큰 마음가짐’이 소망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존경하는 김종필 총재님과 이인제 고문님”으로 인사말을 시작했다. 그는 “너무나 부족했고 미흡했던 한 해였다. 저로 말미암아 또는 제 주변으로 말미암아 고통과 피해를 본 국민이 있다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며 “충청인의 충절과 효의 사상으로 그간의 잘못을 바로잡고 기틀을 잡아 나가자”고 말했다.

맨 마지막에 인사말을 한 이 고문도 “정말 존경하는 김종필 총재님과 이회창 총재님 앞에 서게 돼 영광…”이라며 “충청인의 미덕이 우리 사회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 지난 한 해 어려움이 많았고 잘못도 많았지만 더 큰 희망과 용기를 갖고 단합해 희망의 새해를 맞자”고 말했다.

이 총재와 이 고문이 인사말을 할 때 JP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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