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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포커스]"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입력 | 2001-11-26 12:52:00


히딩크와 김병지(31·포항)는 악연으로 이어진 것일까, 아니면 인연으로 이어진 것일까?

98프랑스 월드컵 주전 수문장으로 출전한 이후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골기퍼로 활약한 김병지. 히딩크 감독 부임 이후 김병지처럼 대표팀에 들락날락한 선수도 없을 듯 싶다.

국내 최고의 순발력을 자랑하며 국가대표 1순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김병지가 히딩크의 눈밖에 난 것은 지난 1월 파라과이와의 한판 대결.

골대를 비운 뒤 중앙선까지 홀로 드리블을 감행, 위험한 순간을 자처한 김병지를 바라보던 히딩크는 불신의 싹을 틔워갔다.

이후 몇차례 대표팀에 다시 호출됐지만 이렇다할 관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

결과적으로 현 시점에서 대표팀의 수문장은 이운재(28·상무), 김용대(22·연대), 최은성(30·대전)으로 가닥을 잡혔다.

하지만 뜻밖의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26일 올시즌을 마무리하는 FA컵 결승전에서 정면대결을 펼친 최은성과 김병지.

최은성은 이날 경기에서 전반 14분경 박태하와 공중볼을 다투다 강하게 충돌,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진단 결과 양쪽 눈 주위 뼈와 광대뼈가 부러지는 전치 4-6주의 부상.

미국과의 평가전이 눈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최은성이 부상으로 물러나자 히딩크는 다시 김병지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런 사태를 예감이라도 했는지 FA컵에 나선 김병지는 예전을 능가하는 활약을 펼쳤다.

울산 현대와의 준결승전에서는 두 차례나 페널티킥을 막아냈고 위기때마다 고무공같은 탄력으로 포항의 결승진출을 이끌었다.

결승전 당일날 역시 4층 스카이박스에 있는 히딩크를 의식했는지 몇차례 위기상황을 절묘하게 넘기는 등 자신의 실력을 맘껏 발휘했다.

이제 남은 것은 히딩크의 선택!

이운재와 김용대만으로 대표팀을 이끄느냐, 아니면 김병지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줄 것인가를 이제는 결정해야 한다.

부상으로 대표팀 합류가 불투명한 최은성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꼬일대로 꼬여있는 히딩크와 김병지의 관계는 이번 미국 평가전을 통해 손쉽게 풀릴 가능성도 있다.

한때는 매몰차게 대표팀에서 탈락시키기도 했고 골기퍼의 자질마저 의심했던 히딩크. 대표팀 탈락으로 국내 최고의 수문장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김병지. 과연 두사람의 만남이 인연인지, 악연인지는 좀 더 두고볼 일이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