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지 알아! 내 말 한마디면 지방에서 아우들이 다 올라와.”
지난 3년여 간 서울 광진구의 한 특급호텔 식당을 돈 한 푼 내지 않고 이용했던 국모씨(44·서울 광진구 광장동)는 걸핏하면 이렇게 내뱉었다.
국씨는 98년 8월부터 최근까지 이 호텔 내 6개 식당을 제 집 주방 드나들 듯 하며 ‘무전취식’을 했다. 한식 중식 일식 가리지 않고 국씨가 음식을 시켜 먹은 뒤 내지 않은 금액은 총 1억1000여만원.
국씨는 부유층이 많이 사는 W아파트에 살면서 벤츠승용차를 타고 호텔사우나를 애용하는 등 지역유지인 양 행세했지만 식당에서는 거의 ‘건달’이었다.
음식값을 달라고 하면 국씨는 식당 바닥에 침을 뱉거나 웃통을 벗기도 했고 여자종업원에게 “연애나 하자”고 희롱을 하는 등 고급호텔의 이미지를 상하게 하는 ‘막가파식’ 행패를 부리기가 일쑤였다.
또 국씨는 97년 자신의 후배가 살인사건을 저지르고도 재판에서 징역 1년형만 받은 뒤 출소하자 “내가 법원에 힘을 넣었다. 다른 놈들도 걸리면 혼내주겠다”고 말하며 허세를 떨기도 했다.
식당 지배인들은 이런 일로 소문이 나면 매상이 오르지 않을까봐 자신들의 재량으로 손실처리가 가능한 한도 내에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돈을 받지 않았고 혹시나 해코지를 당할까봐 신고도 못해왔다.
마치 거대한 조직폭력배의 우두머리처럼 행세했던 국씨였지만 호텔주변에서는 그를 ‘국거지’라고 불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검 강력부(김규헌·金圭憲 부장검사)는 24일 국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하고 공범 채모씨(40)를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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