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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응징 어떤식으로 전개될까]

입력 | 2001-09-16 19:41:00


▼“공격목표는 테러정권 초토화…장기전-인명손실 감수”▼

폴 월포위츠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14일 미국의 공영방송인 PBS의 대담 프로에 출연해 미국의 테러 응징 전쟁이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다음은 월포위츠 부장관의 설명 중 주요내용.

테러와의 전쟁은 단순히 군사적인 것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뛰어난 정보전 능력과 경제적 힘, 외교적 능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의지다. 장기전과 인명손실도 불사하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 미국은 그러한 의지를 갖고 있다. 11일 미국을 상대로 테러를 저지른 범인들은 과거에 히틀러와 일본이 저질렀던 것과 똑같은 실수를 했다. 미국이 유약하고 인명손실을 겁내며 장기적인 군사행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91년 걸프전 때 죽은 미국인보다 11일 하루 국방부에 가해진 테러로 더 많은 미국인들이 죽었다. 11일 테러는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미국은 이러한 테러 행위를 끝내야 한다.

몇 년 전 아프리카 주재 미 대사관 두 곳이 공격당했을 때 몇 기의 크루즈 미사일로 공격했지만 테러를 막는 데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11일 이전에 존재하던 군사 계획은 더 이상 맞지 않는다. 좀더 광범위한 대응이 필요하다. 인명 손실과 장기전을 감수해야 한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걸프전이 끝난 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걸프전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생존한 것에 대해 전쟁을 좀더 끌었어야 했다며 후회했다. 전쟁을 더 오래 끌었다면 후세인은 국민의 힘에 의해 권좌에서 밀려났을 것이다.

테러를 행사하는 대부분의 정권들은 자국 국민에 대해서도 테러를 행한다. 이들 정권의 권력은 테러행위에서 비롯된다. 미국의 공격 목표는 그 정권의 국민이 아니라 바로 정권이다. 물론 전쟁이 이슬람 국가에서의 반미감정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없지 않다. 테러 당사자들도 그러한 점을 노렸을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에 대한 테러 공격으로 사망한 사람 가운데는 이슬람교도도 있다. 테러와의 전쟁은 이슬람과의 전쟁이 아니다. 모든 종교에는 과격 세력이 있기 마련이며 우리가 상대하려고 하는 세력은 이러한 과격 세력이다.

kimsk@donga.com

▼美언론 “보복 공격땐 得보다 失 많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가운데 미국 주요 언론들은 15일과 16일 미국이 보복 공격을 감행할 경우 정치 군사적으로 득(得)보다 실(失)이 많은 전쟁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기 시작했다.

▽국제화된 테러 조직〓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은신중인 오사마 오사마 빈 라덴을 대상으로 공격을 감행할 경우 추후 더 큰 테러를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지가 15일자에서 전망했다. 이 잡지는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조직 알카이다는 여러 국가에 분산된 산하 조직들의 느슨한 연합체이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라며 “미국이 빈 라덴을 제거한다고 하더라도 전반적인 조직 운영에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랍권 반감 확대〓미국이 빈 라덴을 공격할 경우 아랍권에서 그를 고립시키고자 하는 당초 의도에 ‘맞불’을 놓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시사주간지 타임이 15일자에서 지적했다. 이 잡지는 “빈 라덴을 제거할 경우 그동안 그의 조직을 지원했던 부유한 아랍권 기업가들의 반감이 오히려 커질 것”이라며 “미국은 빈 라덴을 제거하기보다는 그동안 멀어졌던 중동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장기전 우려〓뉴욕타임스지는 15, 16일 연속 사설을 통해 “미국은 단기간내 최첨단 무기를 동원해 적을 섬멸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릴 때”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적의 실체와 은신처 등을 고려할 때 미사일 공습이나 지상군 투입에서 즉각적인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며 “장기 군사전으로 갈 바에는 외교압력, 경제제재, 테러대처를 위한 국제공조 구축 등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실패의 교훈〓미국은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하고 스텔스기로 공습을 하는 식의 전쟁으로는 이번 테러사건의 진정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15일 사설에서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미국은 전쟁 경험이 풍부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빈 라덴을 몰아내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카불에 미사일 공격을 퍼붓기보다는 파키스탄 등 중동국가들과 반테러 전선을 구축해 탈레반 정권에 빈 라덴을 인도하도록 ‘최후통첩’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