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대북정책담당 핵심 실무자인 안모 과장을 파면한 데 대한 후유증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국가기강의 해이뿐만 아니라 넘겨진 정보의 가치 문제, 한미 갈등으로의 비화 등 파문이 확산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설명하는 파면 이유는 간단하다. 외국 정보기관원과 접촉할 때 사전 사후에 반드시 보고해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
국정원측은 안 과장과 미국 정보기관 요원의 접촉은 통상적인 것에 불과하며 흘러나간 정보도 별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국정원간부 美에 기밀유출
그러나 의혹은 남는다. 정직, 감봉 등 단계별 징계를 놔두고 파면이란 조치를 취한 것은 주요 국가기밀이 누출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 안 과장의 직책과 경력을 볼 때 이런 의구심이 근거가 없는 것만은 아니다.
안 과장은 국정원 제5국(대북전략기획국) 제1단장(대북전략조정단장) 휘하에서 대북정책 및 전략을 총괄해 왔다.
김영삼(金泳三) 정권 때부터 대북 실무를 맡아왔고, 현 정권의 ‘햇볕정책’ 수립에 참여했으며 각종 남북간 물밑 접촉에도 깊숙이 관여해 왔다.
또 안 과장을 중징계할 정도면 미측 요원에 대해서도 상응 조치를 요구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는 것도 석연치 않다.
정부는 97년 7월 러시아와 외교관을 맞추방하면서 러시아측 문제 요원을 ‘기피 인물(Persona Non Grata)’로 규정했으나 이번엔 “사안 자체가 그런 조치를 취할 만한 것이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미 갈등을 우려해 문제가 확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정원이 내부 감찰을 벌인 것은 3월 초 남북이 극비리에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남북평화선언’ 관련 구상이 미 언론에서 흘러나왔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정원측은 “통상적인 자체 감찰이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정보기관의 생명인 보안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데 아연실색할 뿐이다. 당사자 파면으로 미봉할 문제가 아니다”며 전모 규명과 신건(辛建) 국정원장을 비롯한 고위간부들의 문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