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건전한 다수세력’의 지지를 확고히 해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맞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 실정을 비판하되 책임 있는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조직의 외연 확대보다는 조직의 역량 강화에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최근 당직자들에게 “정책으로 민심을 잡아야 한다”고 되풀이해서 강조하고 있다.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도 “정책 경쟁에서 절대 밀리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는 지역감정에 기대거나 정권 헐뜯기 등을 통한 반사이익에 편승하고 있다는 여권의 비난을 불식시키기 위해 정책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한나라당은 무엇보다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경제상황을 고려, 경제 살리기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 권오을(權五乙) 기획위원장은 “경제 없이는 정치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다음달 △수출 △산업구조 개선 △중소기업 △과학기술정책 △서민 주거대책 △농업정책 등을 주제로 8차례에 걸쳐 경제포럼을 열어 경제 문제를 진단하고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남북문제 경제 교육 환경 등 모든 부문에서 우리 사회의 건전한 다수세력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을 적극 개발할 방침이다. 김만제 의장은 “특정 이념에 따라 정책방향을 정하지 않고, 사안별로 다수 국민의 마음이 쏠리는 곳에 무게중심을 두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보건복지 환경 교육 인권 반부패 문제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세련된 선진국형 정당으로 거듭나는 한편 ‘시장경제다운 시장경제’와 ‘안보에 기반한 대북정책’으로 여당과 차별화를 꾀하려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본격 가동 중인 국가혁신위 활동과 연계해 올해 안으로 내년 대선에 대비한국가운영 모델을 확정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 대비해 지구당 조직 정비 및 역량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우선 9월 정기국회 전까지 두 차례에 걸친 당무감사를 통해 지구당 체계를 재정비하고, 부실 및 사고 지구당에 대한 2차 당무감사가 끝나면 상당수의 지구당 위원장을 교체할 방침이다. 또 올해안으로장악력이떨어지는 일부 시도지부장을 중량감 있는 인물로 교체한다는 것.
한나라당은 이 밖에도 올해 말까지 지방선거 출마예상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경쟁력 있는 후보 물색에 나서는 한편 당 정치대학원과 여성포럼 등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 가능한 당원들을 집중 육성키로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당 조직의 외연 확대나 의도적인 당원 확대 방안은 자제키로 했다. 당 관계자는 “재원이 부족한 야당으로서는 관리가 어렵고 돈이 많이 드는 조직 확대는 효율적이지 않다”며 “지구당 하계 연수와 각종 당 교육을 통해 기존 조직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또 각종 직능단체와 보다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들 단체 실무간부와의 접촉을 넓히고 이들의 요구를 정책에 선택적으로 반영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시민단체나 노동단체 등 전통적인 비우호 단체에 대해서는 지속적 접촉을 통해 최소한 중립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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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野전략 비판/"특권계층 옹호 태생적 한계 못벗어"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서민관련 종합대책을 조만간 발표하는 등 보수정당 이미지 탈피와 중하위 계층 공략을 가속화할 방침이라는 소식을 전해듣고 “결국 특권계층을 대변하는 한나라당의 속성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현미(金賢美) 부대변인은 23일 “한나라당이 재벌 등 특권계층만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비판이 확산되자 서민 중산층을 강조하고 나섰다”며 “일단 한 다리 걸치고 보자는 문어발식 발상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만일 특권계층과 중산층·서민들의 이해가 충돌할 경우 한나라당은 중산층·서민들을 버리고 특권계층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서민정책은 결국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특히 한나라당이 30대 재벌기업의 상호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를 요구하고, 부채비율 200% 제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전형적인 특권층 옹호정책”이라고 비난했다.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은 태생적으로 특권층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어 정책적으로는 다수의 지지를 끌어낼 수 없기 때문에 이를 호도하기 위해 지역주의와 색깔론을 대선전략으로 들고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2005년 대입전형 개정안에 대해 “이런 것은 다음 정권에 맡겨야 한다. 백년대계인 교육을 정권이 떡 주무르듯이 한다”고 주장한데 대해서도 “무지의 소치”라고 반박했다.
“2005년 교육개혁안은 현재 중3 재학생들이 대입시험을 혼란 없이 치르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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