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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민병욱/또 국회

입력 | 2001-07-04 18:37:00


상황에 따라 금세 말을 바꾸고 그렇게 된 책임은 교묘하게 상대에게 떠넘기는 정치를 우리가 한두번 본 것도 아니다. 그렇긴 해도 이번 7월 임시국회 소집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을 보노라면 참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엊그제까지 “7월국회는 열 필요가 없다”던 한나라당은 느닷없이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냈고 “국회소집이 불가피하다”던 민주당은 절대 응할 수 없다며 한나라당을 비난한다. 상대가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트집잡고 엎어치는 ‘청개구리 심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번 국회도 늘 그랬듯 ‘방탄국회’ 공방에 휩싸였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선거법 위반 재판과 관련, 자당 소속 정인봉(鄭寅鳳)의원을 보호하려고 방탄국회를 소집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여당이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기피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이를 철저히 추궁하려고 소집한 것”이라며 방탄국회 주장을 반박했다. 여야 모두 상대를 헐뜯는 주장은 내놓지만 불과 며칠만에 국회소집을 둘러싼 자당의 생각이 어째서 바뀌었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해명이 없다.

▷하긴 자기 주장이나 정책의 잘못을 일일이 해명하며 새로운 방침이 나오게 된 배경도 설명해줄 정도의 ‘개명한 정치’를 해왔다면 나라 모양이 이 지경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실 민주당은 6월국회가 추경안 처리를 못하고 폐회되는 바람에 7월국회를 다시 소집해 처리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반면 한나라당은 일부러 앞장서 국회를 소집할 필요가 없는 입장이었다. 그런 일반적 예측을 비웃기나 하듯 양당이 지금 일을 거꾸로 벌이니 국민이 헷갈리는 것도 당연하다.

▷어쨌든 16대국회는 작년 6월 개원한뒤 1년1개월 동안 13차례 국회를 소집한 기록을 세웠다. 회기 100일인 정기국회를 빼면 10달 동안 12번 임시국회를 소집하는 등 거의 하루도 쉼없이 국회 문을 연 셈이다. 문제는 문만 열고 일은 안한 공전일이 일한 날보다 훨씬 더 많으며 이번 7월국회도 그런 공전일 수를 늘리는 데 꽤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정치를 잘해보라는 주문은 더 이상 할 기력도 없지만 기왕 국회 문을 열었으면 회의라도 제대로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min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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