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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뜨겁다]언론 세무조사 '숨은의도' 쟁점화

입력 | 2001-07-01 19:06:00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언론사 조사가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여야 공방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 주장은 홍사덕(洪思德·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달 30일 KBS 심야토론에서 “지식인들 사이에 귓속말로 나돌고 있는 얘기가 이제 현실화되고 있다”며 처음 언급해 공론화했다. 그는 특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평소 ‘임기 내에 남북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말을 해 왔다”며 김 위원장의 답방에서 무엇인가 획기적인 남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비판 언론의 말문을 닫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 "구체적인 논리 제시하겠다"▼

1일 열린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 및 언론자유수호비상대책특위(위원장 박관용·朴寬用) 연석 회의에서도 이와 관련된 발언이 많았다.

여권이 김 위원장의 답방을 통해 정국 운영의 반전을 꾀하고 있는데 조선 동아 등 유력 신문이 계속 정부의 무리한 대북(對北) 지원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하면 될 일도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등의 얘기였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정책위 차원에서 언론사 조사 및 김정일 세력과의 연관성에 대해 구체적인 논리를 제시할 것”이라며 “이는 언론 말살이나 야당 탄압보다 더 큰 의혹”이라고 말했다.

양휘부(梁輝夫) 총재특보는 “이와 관련된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전후 정황으로 볼 때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직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언론사 조사와 관련된 대규모 토론회 등을 통해 이와 관련된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하순봉(河舜鳳) 부총재는 아예 언론사 조사가 김 위원장 답방의 걸림돌 제거라고 단정하고 “자유 민주 인권 시장경제 등의 원칙을 견지해온 자유 언론의 존립조차 위태롭게 하는 것은 이런 가치를 전복 전도시키려는 또 다른 음모”라고 간주했다.

그는 또 “자유언론으로 정권을 잡은 현 정권이 이제 자유언론의 피를 요구하는 것은 어미를 잡아먹는 살모사와 다를 바 없다”, “김 대통령이 힘이 있다고 마구 힘을 쓰는데 힘이 빠지는 순간 국민도 역사도 외면하고 결국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한나라당은 향후 언론 조사와 관련된 대여(對與) 공세에서도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당 내 남북관계 이론가들을 총동원해 방송 토론이나 신문 기고 등을 통해 언론사 조사와 김 위원장 답방의 상관관계를 집중 부각시키고 지구당 핵심 당직자 교육용 홍보책자에도 이런 시각을 반영할 예정이다.

issong@donga.com

▼민주당 "6·15선언 왜곡하는 망언"▼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세무조사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연계시켜 공세를 편 데 대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인 색깔론을 다시 들고 나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여권핵심 인사들의 출신지를 거론한 것은 색깔론과 함께 한나라당 대선전략의 양 날개 중 하나인 ‘지역감정 조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1일 ‘한나라당은 민족 앞에 겸허해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과 홍사덕(洪思德) 의원은 언론기업 세무조사를 남북관계와 연결시켜 6·15 남북공동선언의 내용을 왜곡하는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홍 의원은 문제의 망언을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하고 한나라당측의 주장대로 “언론이 세무조사 때문에 남북문제의 실상을 오도할 만큼 그렇게 저급한 수준인 것으로 한나라당은 보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국민 대다수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찬성하고 있고 세무조사에 걸린 상당수 언론사도 김 위원장의 답방을 반대해 왔다는 증거가 없다”며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이 두 문제를 연결시키는 것은 색깔론과 지역감정을 통해 여론을 뒤집자는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색깔론과 지역주의 공세가 세무조사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전술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필요 이상의 대응은 자제키로 했다.

민주당 대변인실이 한나라당의 대대적인 색깔론 공세에 대해 간단한 논평으로 대응한 것도 이 때문이다.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