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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수 재심청구]증인 "경찰 강압수사 못이겨 허위진술"

입력 | 2001-06-25 18:33:00


72년 ‘초등학생 강간살인 사건’의 무기수 정진석씨(67·가명)가 유죄 판결을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증인이 29년 만에 법정에서 공식적으로 자신의 증언을 번복했다.

당시 정씨의 이웃 주민으로 경찰과 검찰, 1심 법정에서 증언했던 이모씨(63·여)는 서울고법 형사5부 심리로 25일 열린 정씨의 재심청구사건 2차 사전심리절차에 증인으로 나와 “당시 정씨를 불리하게 했던 증언은 경찰이 두려워서 했던 거짓말”이라고 진술했다.

이씨는 우선 “사건 당일 저녁 전봇대에 소변을 보는 정씨의 뒷모습을 보았다”고 진술했던 것에 대해 “날이 너무 어두워서 그 남자가 정씨인지 확실하지 않았으나 강압적인 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씨라고 말했던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씨는 이어 “사건발생 8일 뒤 정씨 집에서 빨래를 해주다가 정씨의 팬티에 붉은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봤다”고 했던 당시 진술에 대해서도 “경찰의 강압수사에 못 이겨 허위진술을 했을 뿐 정씨의 팬티에서 빨간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진술을 번복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씨는 “나중에 진술을 바꾸면 감옥에 간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이 두려워 최근까지도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나 때문에 정씨가 평생 강간살인범으로 낙인찍힌 채 살고 있는 데 대해 죄책감을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어떻게 29년 전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느냐는 검찰측 질문에 대해서도 이씨는 “밤중에 아이에게 젖을 먹이다가 갑자기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며 “인생에서 처음 당했던 일이라 절대로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을 위해 아들과 함께 강원 춘천시에서 상경한 이씨는 허리디스크로 거동이 몹시 불편해 보였으나 비교적 차분하고 정확한 어조로 판사의 심문에 응했으며 판사는 이씨에게 당시의 상황을 1시간반 동안 자세하게 질문했다. 정씨도 이날 아들(38)과 함께 법정에 나와 재심청구를 하게 된 이유 등에 대해 판사의 직접 심문을 받았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변호인단이 갖고 있는 정씨의 사건기록과 법원에 제출된 기록이 같은 것인지를 확인했으며 다음달 13일에는 최근 증언을 번복한 또 다른 증인 한모씨(39)를 불러 심문하기로 했다.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