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9000억원의 자금이 지원될 현대건설의 감자(자본금 감소) 여부가 18일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채권단은 소액주주의 반발을 우려해 1조4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과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발행 방안을 주총 전에 확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채권단 내부의 이견으로 출자전환 분담액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
다만 그동안 우려됐던 감자결정은 어렵지 않을 전망. 채권단의 고위 관계자는 15일 “대주주로부터 넘겨받은 24% 이외에도 소액주주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36∼37%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감자안건 통과를 위해 필요한 지분 33.3% 이상을 확보했기 때문에 주총 통과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주총은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해외채무조정 시작〓채권단이 3월말 현대건설에 지원한 4억달러는 이미 다 썼다. 4월부터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는 돈이 없어 갚지 못하고 있으며 물품대금 및 진성어음만 결제하고 있다.
자산매각 및 공사분양대금, 비용절감노력 등으로 버틸 수 있는 시한은 6월말.
따라서 채권단의 2조9000억원 자금지원이 예정대로 이때까지 이뤄져야 부도위기를 넘길 수 있다.
한편 해외채무는 지금까지 모두 갚았으나 6월초부터는 손실분담차원에서 채무조정작업을 시작한다.
채권규모는 9억2000만∼9억3000만달러로 이 중 외국금융기관이 6억6000만달러를 갖고 있으며 나머지는 해외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 등이다. 채무조정은 출자전환을 제외한 만기연장 및 금리감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투신권과의 2차 협상〓채권단은 투신권이 보유한 현대건설 회사채 5400억원 중 25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6월말로 예정된 유상증자물량 7500억원 중 1500억원을 인수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반면 투신권은 채권형펀드에서 주식매입이 불가능하다며 대신 서울보증보험을 비롯한 보증기관이 회사채 보증을 선다는 조건하에 만기연장할 수 있다는 자세다.
채권단은 대안으로 출자전환 및 유상증자에 버금가는 손실부담을 위해 회사채 5400억원의 금리를 현재 12%에서 3.2%로 낮춰 3년만기로 차환발행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투신권은 금리를 낮출 경우 고객자산에 직접적인 이자손실을 끼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워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정상화는 언제쯤〓6월말 자금지원이 끝나면 현대건설은 자본금 2조원, 부채비율 260%의 회사로 거듭난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영화회계법인의 자산부채실사결과 추가손실이 나올 수 있지만 이는 기존 부실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부채비율이 약간 높아지는 영향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운명은 신임 심현영 사장이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기반으로 얼마나 빨리 영업기반을 회복하는가에 달려 있지만 이 부분은 누구도 자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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