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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정조사, 94년 것 지금 것 모두 하라

입력 | 2001-02-16 18:26:00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놓고 여야(與野)가 서로 94년 것만 하자, 지금 것만 하자고 상반된 주장을 하는 것은 불필요한 공방에 지나지 않는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94년 것, 지금 것 둘 다 하는 것이 옳다.

한나라당은 15일 ‘일부 언론에 폭로된 언론개혁 관련 문건 등에 나타난 현정권의 언론장악 음모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국정조사요구서를 국회에 냈다. 한나라당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현재 하고 있는 언론사 세무조사가 ‘(현정권의) 권력 누수를 막고 장기집권을 위한 정략적 의도’에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언론이라고 세무조사에서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일반논리를 내세운다. 우리는 이미 본란에서 거듭 말했듯이 정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세무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문제가 있으면 엄정하게 처리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렇듯 단순한 문제에 야당이 국정조사 요구까지 하고 나서게 된 것은 결국 여권이 자초한 면이 있다. 또 상당수 국민이 세무조사의 ‘정치적 배경’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것도 여권은 알아야 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언론개혁을 언급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잇따라 유례 없는 고강도 조사에 나선 과정도 그렇지만, 누가 보아도 여권측이 작성한 것이 분명한 ‘언론개혁 문건’까지 드러난 이상 그 같은 의구심은 짙어질 수밖에 없다.

신문을 ‘반여(反與) 중립 친여(親與)’로 나누고 ‘반여 신문’을 제어할 ‘합법적 방법을 동원한 정공법’을 제시하고 있는 문건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언론사 세무조사가 전혀 무관하다고 한다면 누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겠는가. 여권의 주장대로 ‘그런 문건은 만들지도 보지도 못했다’면 의혹을 풀자는 국정조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전대통령 김영삼(金泳三)씨가 발언한 94년 세무조사 내용 또한 그 진상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세무조사 결과를 공개하면 언론사가 문을 닫아야 할 정도였고, 세금도 깎아줬다’는 김씨의 발언을 어물어물 덮는다면 전체 언론에 대한 국민 불신만 증폭될 뿐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이에 대한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반대해서는 안된다.

여야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소모적 정쟁은 그만두고 국정조사로 모든 의혹을 낱낱이 규명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