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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형근의 음악뒤집기]쓸쓸하지만 따뜻한 감성, '루시드 폴'

입력 | 2001-02-12 11:44:00


1997년 결성되어 98년 'Drifting'을 발표한 '미선이'라는 밴드는 당시 홍익대 클럽에서 활동하는 인디 밴드들 사이에서 독특한 존재였다. 펑크와 얼터너티브 록의 영향을 받아 붐이 일기 시작한 인디 밴드들과는 차별되는 잔잔함과 달콤한 감성의 음악을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독특한 감성과 함께 들려준 깔끔한 모던 록 성향의 음악은 미선이라는 밴드를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 주목받게 했다. 당시 이들이 들려주었던 독특한 감성은 '유리', '청승고백'을 발표했던 '언니네 이발관'의 천진하고 순수한 감성과 비교되기도 했다.

맑고 투명한 사운드와 우울한 정서가 담긴 앨범을 발표한 '루시드 폴'은 당시 언니네 이발관과 함께 모던 록 마니아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던 미선이의 멤버 조윤석의 솔로 프로젝트 앨범이다.

얼마 전 델리 스파이스의 멤버 김민규가 '스위트피' 앨범을 통해 델리 스파이스와는 다른 지극히 사적인 감정을 포크 음악으로 고백했던 것처럼, 루시드 폴의 조윤석 역시 이번 앨범을 통해 미선이와는 다른 감성을 포크 음악의 단촐한 사운드로 표현했다.

98년 발표된 미선이의 'Drifting' 앨범이 전혀 상이한 두 가지의 요소로 받아들여지는 달콤한 멜로디와 냉소적인 정서를 동시에 음악으로 표현했다면, 조윤석의 솔로 프로젝트 루시드 폴은 프로젝트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맑고 투명한 뜻의 형용사 루시드(Lucid)와 쓸쓸한 가을 (Fall)의 2가지 이미지를 음악으로 형상화한다.

특히 루시드 폴의 음악에서 들려주는 은유적인 가사와 감각적인 멜로디는 기존 인디밴드들의 직선적이고 저돌적인 음악과는 상당한 거리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어쿠스틱 기타, 아코디언, 오보에 등의 악기 편성과 이펙트, 샘플링이 적절한 사용은 원초적인 표현 일색의 하드코어 음악이 간과하고 있는 또 다른 감각의 음악을 풀어가는 접근방식이다.

타이틀곡인 '너는 내 맘속에 남아'와 '새' 등의 곡에서 느낄 수 있는 잔잔함은 우리들이 잊고 지내온 것들에 대한 향수마저 불러내며 루시드 폴만의 음악 세계로 초대한다. 앨범 중반부의 '은행나무 숲', '풍경은 언제나' 등의 곡에서 들려주는 고요함과 지루한 사운드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멜로디에 직설적이고 냉소적인 가사로 주목받았던 미선이의 음악을 기대했던 팬들에게 아쉽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앨범 후반부 '해바라기, 'Take 1','Why Do I Need Feet When I Have Wings To Fly'로 이어지며 더해지는 섬세함과 성숙함은 미선이라는 딱지를 뗀 조윤석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류형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