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국특파원 7명이 국회공보실이 펴낸 월간지 ‘국회보’ 1월호에 한국의 정치문화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그 내용을 주제별로 요약 정리했다.
▽허약하고 무능력한 국회〓“한국의 법률은 ‘대통령부’에서 다듬어지고 국회는 이를 승인하는 기관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과 의회의 역학 관계가 역전되는 것은 대통령의 집권 말기, 레임덕이 시작될 때뿐이다. 이때에도 파워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차기 대통령이 될 인물’일 뿐이다.”
“잦은 입법 정체(停滯)로 사회의 주요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국가보안법을 아직까지 개혁하지 않았고, 인권법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은 국회의 무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비민주적 관행〓“대통령과 정당 총재들이 의원 273명의 의결을 지시한다. 한국의 의회정치는 민주정치보다 과두정치에 가깝다. 권력의 분점, 토론, 초당파적 협력, 반대에 대한 관용 등의 관행이 너무 부족하다.”
“세계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영웅으로 추앙되는, 노벨상 수상자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한 걸음 퇴보하도록 하는 행위(‘의원 꿔주기’를 지칭하는 듯)에 관계했다. 정당들이 스포츠팀과 같이 취급된다면 정치 이념이 숫자 노름에 자취를 감추게 되고 힘의 정치가 난무하게 될 것이다.”
▽당리당략에 휘둘리는 국회〓“국회의 공공연한 ‘자기 봉쇄’는 정당간의 분쟁이 국회로 이전된 결과다.”
“어떤 사람들은 통일시대가 가시화된 것이 ‘무섭다’고 한다. 이런 국민 불안을 해소해 줄 책임은 정치권에 있는데 여야는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남북문제를 다룬다.”
▽정치를 살리려면…〓“국회가 본래의 힘을 되찾기 위해서는 부질없는 숫자 맞추기의 주도권 쟁탈전이 아닌, 정책을 통한 논쟁과 대통령과의 긴장 관계를 높여 가야 한다. 여야 영수회담도 좋지만 국회에서 국민의 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기타〓“국회 본회의장에 여성들이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한국 국회는 성비(性比) 측면에서 사회의 거울이 되지 못한다.”
“총선 취재 당시 후보자로부터 두꺼운 봉투(촌지)를 받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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